테슬라의 ‘슈퍼차저’처럼…국내 태양광 전기 충전사업도 탄력

박상영 기자 2023. 11. 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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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사업법 개정안’ 10월 통과
현재는 ESS에 저장한 전기는 한전 통해서만 유료 공급…대기업 주유소 등에서 저렴하게 바로 전기차에 충전 길 열려

태양광 설비가 구축된 주유소에서 직접 생산한 전력으로 바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석연료에 비해 태양광은 연료비가 없는 데다 대규모 전력망 투자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재생에너지 전기저장 판매사업의 법적 근거가 담겼다.

이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저장한 뒤, 전기차 충전 고객에게 바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ESS에 저장한 전기는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서는 유료로 공급할 수 없다. 현재 전력 발전을 제외한 도소매는 한전이 독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ESS는 저장이 어렵고 사용 후 없어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인 생산량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국내 ESS 보급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10.17GWh(기가와트시)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다만 단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며 정부 보조금에 이익을 의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로 ESS와 관련한 다양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미국 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2012년부터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사업인 ‘슈퍼차저’ 사업을 선보였다. 슈퍼차저는 테슬라가 전기차 확산을 위해 개발한 태양광 기반의 전기 충전소로,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 방식을 충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이면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전 세계적으로 5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슬라는 에너지 생산에서부터 유통, 저장, 소비로 이어지는 수직계열을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서비스 기업인 솔라시티를 인수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에너지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가팩토리도 건설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전기차 충전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충전 사업자인 제주 전기자동차 서비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2월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과 제주시 애월읍에 충전스테이션을 선보였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해둔 뒤, 전기차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충전 사업에 직접 참여한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당시에는 한전 배전망을 거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곧바로 이용하는 건 불법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은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충전기가 늘어남에 따라 가중되는 전력계통 부담이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활용한 충전기를 통해 분산·완화될 것”이라며 허용했다.

SK에너지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연료전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갖춘 주유소다. 대한민국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인 서울 금천구 박미주유소에는 태양광(20.6㎾·킬로와트)과 연료전지(300㎾) 발전설비를 통해 전기를 생산 중이다.

현재는 SK에너지가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는 형태이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로 직접 전기차 충전이 가능해진 게 큰 변화다. 올해 소방청이 주유소에 설치 가능한 설비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를 추가하는 내용의 위험물안전관리 세부기준을 시행한 데 이어 이번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보다 요금이 더 비싸면 사실상 경쟁력이 없어서 전기차 충전요금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당국자는 “초기에는 한전과 비슷하겠지만 태양광 등은 연료비가 사실상 없고,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면 충전요금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SS를 활용하면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 중 쓰고 남은 양을 저장했다가 판매해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날씨가 좋아 태양광 효율이 높아지는 봄과 가을철에는 제주도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발전량이 남아돌아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출력제어’가 빈번했다.

전기차 충전을 넘어 인근 지역에 전력 판매까지 허용된다면 송배전 손실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력구조는 용인처럼 반도체 생산단지가 들어서는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곳(수도권)과 많이 생산하는 곳(지방)의 불일치가 커서 대규모 송전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송전망을 구축하더라도 일정 부분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수요처 인근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면 송배전에 따른 중간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서울시는 시 전역에 있는 거점 주유소에 태양광과 수소 발전설비를 설치해 ‘소규모 지역 발전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부는 내년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분산에너지특구에 한정해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직접 전력 거래를 허용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제주도뿐 아니라 울산, 전남이 분산에너지특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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