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락내리락…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장의 두 얼굴[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시장은 항상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출근 시간이 빠르고 수시로 주말에 근무를 해야 했던 A씨는 경기도 용인 소재 자가 주택을 전세로 돌리고 회사 근처에 전셋집을 얻었다. 전셋값이 오르고 매물을 구하기 어렵던 2022년 2월, A씨는 전용 85㎡의 현재 아파트를 시세보다 다소 비싼 9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지난 7월 해당 주택이 매매되면서 새로운 소유자가 내년 초 전세 만기 때 계약갱신청구 여부를 물어왔다. 현재 해당 주택의 전셋값은 8억원 내외.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을 전세로 계약한다 해도 최소한 1억5000만원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만에 이사하는 건 번거롭지만, 그래도 절감되는 전셋값 1억5000만원의 가치는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고 7%를 넘어섰고 매매와 전세가 동반 급락했다. 만기 때면 더 오르는 게 정상이던 전세가가 오히려 급락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까지 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안정세로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3%대로 하락했고 전세 및 매매가 모두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정부가 가계부채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시중금리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다시 11월 초 기준 4%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845건으로 9월 3367건보다 45%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월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9404개로 전달 7만4159개보다 5245개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 7월 이후 17주째 이어졌던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는 3주째 오름폭이 둔화되는 양상이다.
또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8월 기준 서울 4.8%, 경기 5.5% 수준이다.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릴 때 내는 이자가 임차인에게 주는 월세 전환율보다 저렴한 수준이라 지금은 대출을 통해 전세를 구하는 수요가 늘지만,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을 넘어서면 전세보다 월세는 찾는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20가구로 올해(3만2795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입주물량 감소로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금리 추이를 보면 그렇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듯싶다. 신규 물량은 크게 감소하지만, 내년 3분기까지는 2년 전보다 오른 전셋값으로 계약했던 세입자들에게 지금보다 저렴한 중고 전셋집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당분간 아파트 전세가와 매매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항상 격변기에 시장은 위기와 기회라는 두 가지 얼굴로 찾아온다. 기회를 잡을지, 위기에 봉착할지, 그것은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기회의 얼굴로 보이지 않을까?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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