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병원은 보호돼야”…네타냐후 “끝까지 간다”

손우성 기자 2023. 11. 14. 2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시파 병원 ‘기능 마비’ 속
의료진은 계속 남아서 사투
아기들 모아 눕혀 체온 유지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연료 부족으로 기능이 마비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환자와 난민을 지키려는 의료진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병원은 보호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끝까지 가겠다”며 병원 압박 강도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알시파 병원 의료진이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쓸모가 없어진 인큐베이터에서 미숙아를 빼낸 뒤 체온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중이 적게는 700~800g에 불과한 미숙아는 각자의 상태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의료진은 최대한 인큐베이터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침대 위에 알루미늄 포일과 담요를 임시방편으로 깔았다. 여기에 아기들을 서로 가깝게 눕혀 가까스로 체온을 지키고 있다.

의료진은 병원을 비우고 가자지구 남부로 피신하라는 이스라엘군 명령을 거부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무니르 알부르시 전문의는 이날 미 CNN과 인터뷰하면서 “문제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라며 “그들을 이대로 남겨둔다면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송한다고 해도 가는 길에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투에도 알시파 병원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알시파 병원 국장은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공격하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지금까지 미숙아 3명을 포함해 환자 최소 3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포격을 피해 알시파 병원으로 흘러들어온 8000명 이상 난민도 최악의 환경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NYT는 “많은 사람이 알시파를 떠났지만, 여전히 건물 사이 뜰과 주차장엔 피란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면서 “이들은 약간의 과자와 대추야자로 겨우 배를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전염병 확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병원 내엔 시신 약 150구가 있고, 부패한 시신에서 벌레가 생겨나고 있다.

가자지구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날 “알쿠드스 병원 근처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교전이 벌어져 환자와 의료진 대피 시도가 좌절됐다”고 밝혔다. 알나스르·알란티시 병원도 전력 공급이 차단되고 물과 식량마저 모두 떨어졌다.

가자지구 주요 병원들이 줄지어 운영을 중단하자 미국 정부도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에 “병원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병원과 관련해 덜 방해적인 행동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알란티시 병원 지하에서 하마스 지휘통제소와 자살 조끼, 수류탄, 휴대용 로켓포 등이 발견됐다면서 하마스가 병원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인근서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는 카라칼 대대를 방문해 “이는 ‘작전’이나 ‘라운드’가 아니라 끝까지 가는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