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캐머런 불러들인 수낵, 총선 승부수 통할까
“충격적이다.”
영국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정계 복귀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캐머런 전 총리는 이날 개각을 통해 2016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에 외교장관으로 내각에 복귀했다. 전직 총리가 장관으로 내각에 복귀한 것은 1964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알렉산더 더글러스 흄이 1970년 에드워드 히스 내각 외교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53년 만이다.
리시 수낵 총리가 전 총리를 외교장관으로 ‘깜짝’ 기용한 것은 내년에 치를 가능성이 높은 총선을 겨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수낵 총리는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북해 석유가스 사업 수백건을 허가하는 등 보수층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제1야당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차이로 뒤지고 있다.
수낵 총리는 노동당의 13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2010~2016년 6년간 총리로 재임한 캐머런을 내각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온건 보수층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캐머런 전 총리의 국제적 인맥과 국제무대 경험도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는 외교적 도전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캐머런 전 총리 영입으로 수낵 총리가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영국 사회를 ‘EU 잔류파’와 ‘EU 탈퇴파’로 분열시킨 장본인이다.
총리 시절 추진했던 긴축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온건 보수라는 이미지와 달리 캐머런 전 총리의 긴축정책은 실패로 끝난 급진적인 실험이었다면서 “캐머런 전 총리 시절부터 시작된 수년간의 투자 부족으로 학교와 병원이 쇠퇴했다”고 지적했다.
퇴임 후 캐머런 전 총리의 행보가 공직자 윤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21년 3월 파산한 그린실 캐피털 고문을 지내면서 당시 재무장관이던 수낵 등을 포함한 정부 요인들에게 코로나19 대출을 받게 해달라는 로비를 벌인 혐의로 영국 정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보수당 내 강경 우파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앤드리아 젱킨스 보수당 하원의원은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국민 여론도 캐머런 전 총리 복귀에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 설문조사 결과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24%였고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38%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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