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구호요원 사망자도 100명 넘어 ‘단일분쟁 최다’
난민촌 등 폭격에 사망자 3분의 1 ‘안전지대’서 나와
13일(현지시간) 전 세계 유엔사무소에 일제히 조기가 게양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비롯한 전 세계의 유엔 직원들은 1분간 동시에 묵념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다 숨진 동료 101명을 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5주 만에 가자지구에서 숨진 유엔 구호 직원이 100명을 넘어섰다. 이는 78년 유엔 역사상 단일 분쟁에서 발생한 가장 큰 순직자 규모다.
이전에는 2011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 유엔 사무실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로 46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것이 가장 큰 피해였다. 유엔 제네바 사무국의 타티아나 발로야바 국장은 “우리 조직의 역사상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구호 요원이 순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망한 직원 중 3분의 1은 이스라엘군이 북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안내한 ‘안전지대’인 와디 가자 이남 지역에서 나왔다.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피란민이 집결한 남부 역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보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에서 난민 보호시설 150곳 이상을 운영하며 78만여명에 이르는 피란민을 수용하고 있다. 유엔은 전쟁 발발 이후 유엔 보호시설이 이스라엘군에게 총 60차례 공격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보호시설의 약 70%는 와디 가자 이남에 있었다.
전날에도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에 있는 유엔 피란민 보호시설이 이스라엘 해군의 3차례에 걸친 포격으로 심하게 파손됐다. 포격이 일어나기 전 직원과 피란민들이 시설을 비우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UNRWA는 이스라엘군이 전쟁 중에도 보호돼야 할 난민 시설을 공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 발발 후 유엔 보호시설에 머물다가 숨진 피란민은 66명으로, 이 가운데 23명은 남부에 머물고 있었다. 보호시설 내 피란민 부상자 558명 가운데 남부에서 다친 피란민은 400명이었다. UNRWA 관계자는 “그간의 피해 현황은 가자지구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호시설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도 UNRWA는 구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극심한 연료 부족으로 이마저도 조만간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토마스 화이트 UNRWA 가자지구 국장은 이날 “10월7일 이후 가자지구에 연료가 반입되지 않았고, 구호 트럭의 연료가 떨어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들어오는 구호물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 앞으로 48시간 이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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