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스라엘 편향’ 미 정부·EU 내부서도 반발 터져 나온다
EU 직원 798명, 집행위원장에게 우려표명 공개서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 규모가 나날이 커지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판 의견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40개 정부 부처의 정무직 등 400명 이상 직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자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그의 지지를 비판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 공무원들의 이 서한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국무부 등에서의 내부 비판 전문에 이은 최대 규모의 항의이다. 이 서한은 가자 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을 급박히 요구하기를 촉구한다”며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즉각적 석방, 물·연료·전기 및 기초 서비스의 복원, 가자 지구에 대한 충분한 인도적 지원의 통과 등에 의한 현재 분쟁의 완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국무부 및 국무부 산하 미국 국제개발처 직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량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의견서를 국무부 ‘이견 채널’에 제출했다고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13일 보도했다. ‘이견 채널’은 국무부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들으려고 운영하는 창구다.
지난 3일 제출된 5장짜리 의견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집단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표현도 포함됐다. 의견서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분명한 금지선(레드라인)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백악관 구성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에 대한 분명한 무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이견 채널’에는 가자 전쟁 이후 최소 3건의 비판적 의견이 제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국제개발처에서도 630명 이상의 직원이 지난 3일 미국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고 가자 휴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미국 비정부기구 헌법권리센터는 이스라엘이 집단 학살을 저지르는 데 미국이 가장 많은 무기를 지원한다며 이를 중단시켜달라는 소송을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기했다. 헌법권리센터는 1948년에 마련된 국제 조약인 ‘집단살해범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조약’에 따라 미국은 학살 중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의회의 민주당 보좌진 100여명이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고 의사당 앞에서 휴전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나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서 반발이 잇따르면서 더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 참여자 500여명, 2020년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 캠프 참여자 400여명, 2016·2020년 버니 샌더스 후보 캠프 참여자 400여명도 각각 휴전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에 참여했던 이들은 신속히 행동하지 않으면 “집단 학살 공모가 당신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도 친이스라엘 편향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의 브뤼셀 본부 및 회원국 주재 대사관 직원 798명은 지난달 2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당신이 대표하는 집행위의 (팔레스타인 분쟁의) 두 당사자 중 한쪽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에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분열이 드러났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대외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 봉쇄와 제한의 합법성에 의문을 표하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가자에서 휴전 및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방하는 대규모 집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인 11일 영국 런던에서 경찰 추산 30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토요일마다 런던에서는 휴전을 촉구하는 행진이 열려왔는데, 이날 최대 규모로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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