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학부모 범죄 혐의점 없다”…서이초 교사 사망 수사 종결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4개월 만에 경찰 수사 종결
서초경찰서장을 팀장으로 20명 규모의 TF 구성하고
유족·동료 교사·친구·학부모 등 68명 조사했지만
경찰 “범죄 혐의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 발견 못해”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일인 지난 9월 4일 오전 한 학생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마련된 추모공간에 추모글을 붙이고 있다 .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A(24) 씨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학부모의 갑질 등의 행위는 없었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번 사건으로 처벌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 셈이다. 4개월 동안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A씨의 주변인들에 대한 범죄 혐의점은 발견치 못했다고 밝혔다.

송원영 서울 서초경찰서장은 14일 오전 브리핑에서“고인의 동료 교사와 친구, 학부모 등에 대한 조사 등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에서 범죄 혐의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고인은 작년 서이초 부임 이후부터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문제, 학부모 관련 문제, 학교 업무 관련 문제 등과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 서장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와 배경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고인의 통화내역,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병원 진료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유족과 친구, 학부모 등을 조사하는 등 폭넓게 조사를 진행했다”며 “(A씨의) 사망 동기로 제기된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폭행, 강요 등과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했으나 그와 같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였던 A씨는 지난 7월 18일 오전 10시 50분께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이 제기됐다.

경찰은 특히 ‘연필 사건’ 이후 부모들이 교사 A씨의 개인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하는 등 괴롭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했지만 학부모의 폭언 등의 괴롭힘 행위는 없었다고 했다. 연필 사건은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엿새 전인 지난 7월 12일 A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다치게 한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고인과 학부모들 간 하이톡(업무용 메신저)과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 업무용 PC와 노트, 일기장 등을 분석하고 학부모들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연필 사건) 학부모 중재 시 참석했던 교사와 친구 등을 폭넓게 조사했으나 폭언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학부모가 A씨의 개인 전화번호로 계속해서 연락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학부모들이 A씨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학부모가 고인에게 일반 전화로 건 것을 고인이 개인 전화로 착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A씨는 1개의 휴대전화에 업무용과 개인용 전화번호를 각각 부여받아 사용했는데, 학부모가 교내 유선전화로 건 전화를 A씨가 착신 전환된 개인번호로 착각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A씨의 휴대전화와 연동된 아이패드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서초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한 20명 규모의 TF를 구성하고 고인의 유족과 동료 교사, 친구, 학부모 등 총 68명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의학자와 의사, 변호사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한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도 열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사건과 별도로 ‘연필 사건’ 고발 사건과 기타 명예훼손 등 일련의 사건은 통상 수사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최종 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연필 사건’ 학부모가 누리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총 40건을 확인해 13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이 중 다른 경찰서 관내 주소지를 둔 10명에 대해서는 사건을 이첩하고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25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