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학부모 갑질 ‘무혐의’…교원단체 반발
경찰 “고인 컴퓨터·메신저와
학부모 휴대폰 포렌식 조사
폭언 등 괴롭힘 정황 없었다”
업무·개인사 복합 문제 판단
교사노조 “유감…재수사를”
유족 측 “순직 인정 받을 것”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학부모 갑질’ 등에 따른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넉 달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사건은 전국 초중고 교사 수만명이 결집해 ‘정당한 교육 활동 보호’를 촉구하는 데 도화선이 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7월 초등교사 20대 여성 A씨가 사망한 사건을 종결 처리한다고 14일 밝혔다. 송원영 서초경찰서장은 언론브리핑에서 “사건 발생 이후 고인의 업무용 메신저, 업무용 컴퓨터, 노트, 일기장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일부 학부모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조사했으나 폭언 등 괴롭힘 정황이나 범죄 혐의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하게 된 데는 학교 업무와 개인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송 서장은 “경찰 조사 내용과 심리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A씨가 2022년 해당 초등학교에 부임한 이후 학교 업무 스트레스를 경험해오던 중 올해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학부모 관련 문제, 개인 신상 문제 등의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심리부검 결과 요지도 이날 공개했다.
국과수는 A씨가 학부모 중재, 학생 지도 문제,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 압박 및 개인적인 문제로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유족과 지인, 동료 교사와 학부모 등 총 68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학생 간에 발생한 갈등 때문에 A씨와 직접 통화를 한 양측 학부모 2명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포렌식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가 밤늦게 연락한 건 (오후 9시쯤) 문자 1통”이라며 “친구와 겪은 갈등에 대해 자녀 입장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포렌식하지 못했다. 대신 A씨가 동료 교사들과 주고받은 메신저 단체대화방 내용은 휴대전화와 연동해 사용하던 아이패드를 통해 확인했으며, 그 외 A씨가 지난해부터 학부모들과 대화한 업무용 메신저 일체를 살펴봤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 휴대전화에서 고인과의 통화 녹음 파일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실제 통화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숨진 A씨의 사촌오빠인 B씨는 이날 통화에서 “결정적인 증거 혹은 당사자 자백이 나오기 힘들어서 무혐의 결정이 된 것 같다”며 “(숨진 사촌동생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에 대해 전날 정보 공개 청구를 마쳤다”면서 “업무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 관계 증명을 통해 고인의 ‘순직’이 인정되고 억울함이 풀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교원단체는 성명을 내고 경찰의 사건 종결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경찰에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경찰은 수사 초기 고인의 사망을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 언론 보도에 혼선을 주고 유족의 알권리를 차단했다”면서 “수사 당국은 사건 조사에 미흡한 점이 없는지 살피고 진상 규명을 하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강은·전지현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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