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믹 진원지는 우리집과 이곳…“좁은 것도 서러운데 해충까지”
대학가 중심으로 신고 속출
최근 총 184건 신고, 54건 발생
출몰 75% 이상 가정집과 고시원
빈대 발견땐 방역당국 신고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노길수씨(50·가명)는 지하철 의자가 헝겊으로 돼 있으면 앉지 않는다. 퇴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외투를 의류관리기에 넣고 돌리는 일이다. 얼마전까지 거실에 방치하다시피했던 의류관리기다. 찜질방은 고사하고 대중목욕탕도 가지 않는다. 다 빈대가 창궐한 이후 생겨난 변화다. 겨울 문턱에 들어섰는데도 찜질방은 한산하고 데이트족들마저 모텔 출입을 삼간다.
지난 8일 경기 지역 모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벌레 사진과 함께 빈대인지 묻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댓글 창에 “빈대처럼 보인다”, “딱정벌레 종류 같다” 등 엇갈린 의견이 줄줄이 이어졌다. 기숙사 입소생들의 불안감이 특히 크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대구의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는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서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대학에서는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해충 소독 작업을 벌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대 관계자는 “최근 자교 체육선수들이 사용하는 숙소를 대상으로 주말마다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재학생이 이용하는 생활관 등에도 순차적으로 빈대, 진드기 여부를 확인하는 일제 점검을 하고 있고, 점검 결과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로 해충 방지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 만든 빈대 안내 맵도 등장했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기위해 한 네티즌이 나서 빈대보드 사이트 운영을 시작했다. 사이트는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빈대 정보, 빈대 관련 뉴스, 시민들의 신고 등을 모아서 지도에 표기한다. 시민들의 제보와 함께 빈대 사진도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개발회사인 코드포체인도 빈대 발생 정보를 제공하는 빈대맵 웹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이트도 뉴스 기사와 시민들의 제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9월8일 첫 빈대 의심 신고 이후 이달 12일까지 총 187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실제 발생이 54건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서울(39건), 경기(5건), 대구(3건), 충남(3건), 인천(2건), 대전(2건) 순이다.
발생 시설은 가정집과 고시원이 많았다. 6일부터 12일까지 발생한 41건 중 가정집 19건, 고시원 15건으로 둘을 합해 전체의 75% 이상이었다.
빈대가 다수 출몰한 서울시과 각 자지구는 대응에 분주하다. 양천구는 방역기동반을 편성해 고시원, 노숙인시설 등 158곳을 중심으로 이달 중 특별 위생 점검을 실시한다. 아직 구 내에서 빈대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방역에 나선 대원들에게 시민들은 “빈대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양 교수는 “빈대가 법정 감염병을 전파하는 매개체는 아니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지만, 실제로 빈대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보건당국에 신고해 정확히 확인하고 집계할 필요가 있다“며 “실생활에서 불편을 초래하는 해충인 만큼 당사자 또는 방역 업체와 지자체 보건소 사이에 긴밀한 대응 체계를 세워 실태를 정확히 집계하고 가능하면 취약계층에 방재 비용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빈대 출현과 피해사례 발생이 지속됨에 따라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해 빈대 발생이 확인된 지역을 비롯하여 전 지자체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총 22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
최근 고속철도(KTX) 등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르며 국토교통부도 빈대 방제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구로차량사업소에 방문해 ‘반대확산 방지’ 철도시설 방제현장 점검에 나섰다.
코레일은 지난달 26일부터 빈대 방제작업을 선제 시행중이며 지난 6일부터는 합동대책본부를 가동한 상태다. 전국 철도역에 171명, 33팀으로 구성된 ‘빈대 방제기동반’을 운영해 수시로 소독 및 방제작업을 실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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