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심위원장 "방송사들,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인용보도 유감"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추적 미디어들이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을 인용보도해 매우 유감이다."
14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은 전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는 MBC TV '뉴스데스크'와 'PD수첩'에 과징금 4500만원과 15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9'에 대해 3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JTBC 'JTBC 뉴스룸'과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1000만원, 2000만원의 과징금이 각각 확정됐다. 또한 방심위는 '윤석열 대통령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의혹'을 보도한 JTBC의 'JTBC 뉴스룸'의 지난해 2월21·28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류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중요한 시점인 지난해 3월6일 오후 9시20분쯤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허위 조작된 녹취록을 보도했다. 공영방송사들과 종합편성채널, 뉴스 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은 이 녹취록을 사실로 전제한 듯 그 다음날 오전부터 저녁 메인뉴스까지 무분별하게 인용보도했다. 문제는 이들 방송사들이 해당 녹취록에 대한 전문 입수 등 조작 여부 확인에 필수적인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진위가 의심스러운 녹취록이 유포됐을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이 이 녹취록의 사실 여부일 것"이라며 "언론사 스스로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고 전언의, 전언을 통한 간접 취재라면, 그것도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유력 후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보도를 유보하는게 당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대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과징금 확정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엄중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류 위원장은 "'알권리'를 내세워 허위 조작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통시킨다면, '사실확인'이라는 언론의 제1원칙을 언론 스스로가 포기하는 일이다. 이번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과 JTBC의 부산저축은행사건수사관련 조작왜곡 보도에서 드러났듯이, 앞으로도 치밀하고 교묘하게 조작된 허위조작 콘텐츠들이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녹음과 영상에 대한 철저한 자체 검증의 중요성을 우리 방송사들에게 다시 일깨운 큰 변곡점이 되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언론의 감시와 비판은 자유 민주주의의 기초이지만, 확인된 사실과 진실이 근거가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적 목적 등으로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조작된 정보를 유통한다면 범죄행위에 다름 아닐 것이다. 뉴스타파 허위 녹취록 인용보도와 부산저축은행 수사관련 조작왜곡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공적 책임을 진 방송사들이 더욱 자체 심의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방심위 결정은 제재수위가 낮은 순부터 열거하면,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와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이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시에 방송평가에 감점 사항이 된다. 과징금은 방심위 제재 중 가장 높은 수위로,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이같은 무더기 중징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조작, 허위방송을 내보낸 부산·경남 민영방송 KNN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이전까지의 최고 수위 징계였다.
방심위의 과징금 제재가 확정된 이후 MBC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식의 대응을 통해 법의 이름으로, 정의와 상식의 이름으로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심위의 이번 과징금 결정을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이 결여된 불공정 정치 심의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부과는 개별 방송사에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라며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취재원의 인터뷰인 것처럼 변조해 조작하거나, 의료 상담을 빙자해 불법 홍보를 행위를 한 사례에 대해서만 엄중한 심판의 도구로 쓰여 왔다. 하지만 방심위는 이처럼 무거운 제재의 잣대를 온갖 논란 속에 느닷없이 인터뷰 인용 보도에 들이댐으로써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평했다. MBC는 "해당 발언을 사실이라고 단정해 보도하지도 않았고 반론도 충실히 반영했다. 김만배 씨 녹취가 허위와 조작이라는 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아직 법적인 실체가 규명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안형준 MBC 사장은 방심위의 전체 회의가 열리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방심위의 과징금 의결을 보류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사장은 "MBC는 추가 확인과 반론권 보장이라는 인용 보도의 기본 원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대선 후보 검증 차원에서 보도를 했다고 확신한다. 그래도 방심위가 문제를 삼겠다고 한다면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에, 진실의 윤곽이 드러난 이후에 제재를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민 KBS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방심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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