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줄고 매물은 쌓여…서울 부동산 조정국면 들어섰나

윤지원 기자 2023. 11. 14.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물 8만건 육박…올 35%↑
노원·송파·도곡·개포 등선
10~40%대 하락 거래까지
집값 상승 꺾이며 매수 위축
정부 대출 규제도 영향 미쳐
“앞으로 2~3년간 조정 계속”

서울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경기회복 등 경제 여건이 급반전하지 않는 한 조정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992건이다. 아직 신고기한이 2주가량 남았지만 지난 4월 이래 6개월간 유지된 3000건대 거래량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거래가 줄면서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64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1월1일 5만513건에 비해 35% 증가한 수치다.

하락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부동산실거래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서울 노원은 최근 3개월간 635건이 거래됐는데 이 중 607건이 직전 최고가 대비 10~40% 떨어진 하락거래였다. 40% 이상 떨어진 거래도 10건에 달했다. 노원 월계주공2단지 아파트는 직전 최고가 대비 51%까지 떨어진 가격으로 지난 9월 거래됐다. 같은 기간 송파는 573건 가운데 444건, 강남도 465건 중 280건이 10~4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강남구 도곡동 쌍용예가,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에서 지난 9~10월 이뤄진 거래도 최고가 대비 40% 떨어진 가격이었다.

이 같은 하락 거래가 대세라고 보긴 어렵지만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둔화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달 첫째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전주 0.07%에서 0.05%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노원구와 강북구는 각각 -0.01%로 하락으로 돌아섰고 강남도 꾸준히 이어지던 상승세가 멈춰 지난주 매매가격 변동률이 0.00%를 기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추석 이후 4주 연속 전국 집값이 떨어지고, 매물이 늘어나며 청약시장도 좋지 않은 점을 종합해보면 시장 열기가 꺾인 게 맞다”고 말했다.

거래 위축은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 수요자는 집값이 오를 기대감이 낮으니 매수를 유예하고 집주인은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서둘러 매물로 내놓으면서 집주인과 잠재적 매수자 사이 줄다리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택사업자들이 보는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주택사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8로 전월 대비 18.9포인트 하락했다. 전망지수가 100 아래라는 것은 주택사업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긍정적보다 부정적으로 더 많이 내다본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선 영향도 있다. 정부는 차주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할 것을 은행에 요청한 상태여서 향후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자금줄은 더 죄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13~6.43%다. 호가에 여전히 버블이 껴있다는 시장 판단도 거래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김 소장은 “집값이 바닥을 치고 올랐다가 또 떨어지는 ‘더블딥’이 지나가야 조정기가 종료되는데, 지금은 아직 바닥도 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2~3년은 시장 조정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