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정찰위성 쏘면 ‘9·19 합의 효력 정지’…못 박는 정부

박광연·유새슬 기자 2023. 11. 1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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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AP통신 인터뷰 등
북 3차 발사 땐 ‘무력화’ 가닥
부처 간 강경론·신중론 간극 커
접경지 군사긴장 고조 우려도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같은 ‘중대한 도발’이 발생하면 지상·해상·공중에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금지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관련부처 간 ‘강경론’과 ‘신중론’ 입장 차는 존재한다. 효력 정지 시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을 최후의 안전판이 무력화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극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부는 14일 “9·19 군사합의는 군의 대북 정찰 능력과 군사훈련 등 방어태세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돼왔다”며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효력 정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9·19 군사합의 문제점을 명시해 효력 정지 쪽으로 다소 무게를 실으려는 뉘앙스가 읽힌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결정하는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도발 직후인 지난 1월 효력 정지 검토 조건으로 “북한의 영토 침범 도발”을 제시했지만 이후 정부는 “국가 안보상 필요” “북한의 행동”을 내걸고 있다. 올해 북한이 핵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한 상황에 맞춰 효력 정지 조건을 ‘중대한 도발’ 수준으로 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효력 정지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통해 한반도 감시·정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군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방부 입장에선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북한의 어떤 계기가 있을 때 (효력 정지)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의 한 단계 상승을 의미하므로 이에 대한 강화된 대비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문제를 놓고 정부 내 입장 차가 감지된다. 국방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대북 감시·정찰 중요성을 강조하며 효력 정지 쪽으로 급발진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 공중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과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설정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금지구역 조항을 먼저 효력 정지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된다.

통일부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효력 정지 여부가) 결론났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국방부가 군사적 사안을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하면 종합적인 판단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문재인 정부 뒤집기’ 차원의 구호를 넘어 현실화할 경우 접경지대의 군사적 위기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 4월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해 최소한의 소통마저 끊긴 터라 9·19 군사합의까지 무력화되면 우발적 충돌에 따른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광연·유새슬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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