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좋은 드라마인 이유[서병기 연예톡톡]

2023. 11. 14. 2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규 감독의 연출의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현대인들이 자주 걸리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있어 좋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 속에는 공황장애와 양극성 장애(조울증), 불안장애 뿐만 아니라 게임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환자, 보이스피싱을 당해 정신질환을 앓게 된 구체적인 사례까지 등장한다.

공황장애만 해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병인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비행기를 타기 어렵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숨이 막힌다는 증상 정도로만 알았다.

‘정신병원~’에서는 실습 나온 간호사 지승재(유인수)와 다은의 오랜 절친 송유찬(장동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데, 이 두 케이스를 통해 공황장애를 훨씬 자세히 알려준다. 이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좋은 역할을 수행한다.

수시로 화장실로 사라져 혼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나면 선배들에게 혼나야 하는 실습생 지승재에게 다은이 “이제부터 승재는 공황장애가 있는 간호사로 사는 거야”라고 말한 것도 마음에 와닿는다.(지승재는 마지막회에 정식 간호사로 첫출근한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 나오는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라는 엔딩 내레이션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신병원~’은 이라하 작가가 6년간 정신병동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신질환 사례 및 정신병원 내 풍경 등을 따뜻한 서사로 그려낸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원작을 보니 동물이 나오는 우화로 되어있어 극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했지만 마음의 병을 다루고 있는데다 나도 우울감, 공황장애로 힘든 시기가 있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규 감독은 “나는 필름몬스터라는 제작사와 어떤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세 가지 방향이 나왔다. 힙한 드라마, 자극이 되는 이야기(스티뮬레이터), 힐링이 되는 이야기인데 이번 드라마는 힐링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번 드라마를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와 배경도 몇가지가 있었다. 이 감독은 “성인 4명중 한 명꼴로 정신질환과 관련된다고 하고, 그런 사람 열명 중 한 명만이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면서 “주위에서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유난을 떠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신질환과 정신력은 무관하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사회 인식면에서 문제가 있더라. 정신질환은 치료를 위해 용기를 가질 수 있고, 사회가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면 좋을 것 같아 이번 드라마를 연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좀비물을 해서 물어뜯는 모습을 보여주고, 원인과 해결 모두 인간이 한다고 얘기했지만, 그런데서 오는 힘듦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과정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공황장애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숨이 막히는 사람도 있고,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면서 “영상콘텐츠인 만큼 보여주는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아픈 건 뼈가 부러지는 것과는 보여주는 방식을 달리해야 하는데, 특히 정신질환을 표현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시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재규 감독이 주로 냈다고 한다. 작가의 글에 이재규의 연출 아이디어가 들어갔고, 전문 스태프들의 도움이 더해져 지금과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화장실에서 공황증상이 나타나면 물에 빠진 것처럼 표현했다. 우리 스태프중에 특수 세트 전문가가 있다. 세트를 만들어 대형수조에 집어넣어 촬영했다. 또 이번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여서 처음에는 더 판타지 스러웠고 파스텔 톤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컨트롤 해야 할 게 많아 적정한 선을 찾아갔다. 그래서 밝고 따뜻한 동화처럼 됐다. 그 안에서 의학적 문제는 최대한 정확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이재규 감독은 실제 의사에게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학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을 체크하고, 현직 간호사들이 쵤영장에 상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작에 없는 민들레(이이담) 캐릭터도 만들어졌다. 이 감독은 “간호사 두 분을 대비시키고 싶었다. 정다은 간호사(박보영)는 타인을 너무 배려하지만, 일할 때에는 칭찬 못받는 사람이고, 민들레는 일은 잘하는데, 간호사가 자신의 길인지 확신이 없다. 두 사람의 대비를 통해 뭔가를 생각해보게 했다. 정답은 없다”고 설명했다.

러브라인도 살짝 추가된 부분이 있다. 인물관계를 배제하면 재미가 없을듯 해 의학+생활+힐링+멜로 드라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 정다은을 두고 동고윤(연우진)과 송유찬(장동윤)이 삼각관계를 형성하다가 결국 다은-고윤 커플이 이뤄진다. 이 감독은 “삼각관계를 치열하게 가져가지는 않는다. 남남관계, 남녀관계가 다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황여환(장률)-민들레(이이담)의 사랑은 계급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엔딩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물론 정다은의 엔딩도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여성상을 의미한다.

박보영과 장동윤의 남사친-여사친 관계도 흥미롭다. 3부 엔딩에서 유찬이 다은에게 문밖에서 “공황장애 걸렸다”고 털어놓고, “영화관에 같이 가자”고 하자, 다은이 “내가 왜?”라고 하고 유찬은 “너의 24시간중 2시간은 내 것 아냐”라고 말하는 둘의 관계성이 좋았다고 했다.

이재규 감독은 특히 박보영이 맡은 정다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큰 듯 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환자들에게 배려하는 다은은 결국 우울중이 오고 극단적 선택이라는 시도까지 하게 된다.

“박보영 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주었다. 실제로도 보영 씨는 현장에서 화를 낸 적이 없다. 보영 씨가 리더로 전체를 이끌어갈 때도 있지만, 병풍 같은 존재일 때도 있었다. 한번은 5시간에 걸친 배우의 특수분장이 잘 안돼, 촬영이 진행되지 못하자 제가 ‘스태프와 배우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나무라는 조감독에게 보영 씨는 ‘나는 괜찮아’라고 했다. 정다은을 생각하면 박보영 씨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보영 씨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헌신적이다. 실제로도 소아중환자를 10년 넘게 돌보고 있고.”

이재규 감독은 캐스팅할 때 배우들의 사진들을 한 명씩 찍어놓고, 인터넷에 있는 사진들을 포함해 각각 수십장~수백장 되는 사진들을 파노라마처럼 모두 본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캐릭터에 맞는 느낌들이 온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특히 간호사 분들의 앙상블이 좋다. 박수연 간호사 역의 이상희 씨는 실제로 3년 정도 간호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능숙하다. 홍정란 간호사 역의 박지연 씨도 다른 병동에서 혼자 취재를 많이 했더라”고 알려주었다.

심지어 극중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 입원해있는 단역 환자들에게도 모두 스토리를 주었다는 것. 환자마다 병명, 히스토리가 포함된 프로필을 책 한 권으로 만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가져 리얼리티를 높였다는 것.

이재규 감독은 “‘정신병원~’은 보시는 분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감기 걸린 것과 달리 마음의 병은 아픈데도 인지하지 못할 수가 있어, 그런 분들에게 약물과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사회가 발달하면 행복지수가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역행하는 것 같다. 이번에 드라마를 만들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감동 받았다. 세상은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재규 감독은 “갈등이 세고 자극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드라마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여서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하고 걱정했는데, 막상 공개하니 전혀 잔잔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만 있어도 안된다고 본다. ‘오징어게임’처럼 시니컬하게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콘텐츠도 있고, 다양한 관찰법이 있으면 좋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드라마가 잘되면 시즌2도 했으면 좋겠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산부인과 환자가 급감하고, 정신병원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자해,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극중 정다은 간호사가 자해 환자에게 고무 밴드를 손목에 차고 자해하고 싶은 순간 고무를 튕기라고 한다. 수쌤은 다은에게 ‘자해환자는 진짜 막기 어려워. 자해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해를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내는 흉기를 부드러운 걸로 바꿔주는 거거든. 상처를 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해’라고 말한다. 정말 좋은 팁이다.)

wp@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