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잖아" 애원에도 성추행…죽음 내몬 父, 징역 5년 선고에 한 말

/사진=뉴시스

친딸을 폭행하고 성추행해 죽음으로 내몬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병식)는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딸 B씨가 어렸을 때 아내와 이혼했던 A씨는 지난해 1월 당시 21세였던 B씨에게 "대학생 됐으니 밥 먹자"며 불러낸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밀치는 등 폭행하고, B씨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 등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아빠는 다 허용된다"며 뽀뽀와 포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에는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고 애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를 경찰에 신고한 B씨는 지난해 11월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중 서울 한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B씨가 남긴 유서에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다' 등 내용이 담겼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피해자가 싫다고 거절하거나 울부짖는다"며 "범행을 시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말들로 보인다. 피해자가 허위나 무고를 위해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는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인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 언니가 피해자 휴대전화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녹음 기능으로 녹음했다"며 "녹음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지만, 원심에서 채택한 증거를 보면 피해자 진술이 충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사건 발생 직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을 상세히 진술한 걸 보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무고나 허위 진술할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폭행과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등은 정신적 충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A씨는 재판부를 향해 "오심"이라며 "난 절대 그런 적이 없다. 말도 안 된다. 이건 재판이 아니라 마녀사냥"이라고 소리쳤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