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산화도, 상환 기간 일원화도…개미 보호엔 “글쎄”
개인과 기관·외인 간 담보 비율 차이는 ‘투자자 보호 장치’
‘전산화’엔 금융위도 “외국선 안 해”…금지 더 길어질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정부가 준비 중인 공매도 개선 방안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무차입 공매도(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과 더불어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 및 담보 비율 일원화, 공매도 전산시스템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주요 이유는 개인과 기관에 적용되는 공매도 대주 및 대차 상환 기간과 공매도 담보 비율이 다른 데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매도의 개인과 기관 간 상환 기간과 담보 비율 차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이때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이 개인의 대주 계약에서는 90일로 제한돼 있다. 반면 기관의 대차 계약은 대여자와의 약정에 따라 정해진다. 이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의 상환 기간은 사실상 무제한이라서 주가가 내려갈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관과 증권사 간 대차 계약에서 상환 기간은 무기한으로 길어질 수 있지만, 대여자가 기관에 중도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반면 대주 계약을 맺는 개인투자자에게는 90일간 상환 기간이 보장된다. 경우에 따라 기관의 상환 기간이 개인의 상환 기간보다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담보 비율의 경우 개인과 기관의 신용도 차이를 고려해 ‘개인은 120% 이상, 기관은 105%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기관·외국인도 실제 거래에서는 105%보다 높은 담보 비율을 적용받는다. 개인이 담보로 제공하는 현금과 달리, 기관·외국인이 주로 담보로 맡기는 주식과 채권에는 ‘헤어컷’(가격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환 기간이나 담보 비율 차이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차이, 대주와 대차 거래의 차이를 감안해 만들어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한다고 나서더라도 이것들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증권사의 지나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공매도가 시행되기 전에 실제로 차입이 이뤄졌는지 전산시스템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전산화 시스템 마련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은) 저희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을 빌리는 거래는 목적이 다르고, 전 세계에서 전화, e메일, 플랫폼으로 주문을 한다”며 “그걸 어떻게 다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파악을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같이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국서는 아무도 안 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거래를 어렵게 하는 게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이유로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은 전 위원장은 2021년 2월 공매도 관련 브리핑에서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음주운전 시 시동이 안 걸리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중단하되 재개 여부는 시장동향과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의 시행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도 금융 당국이 시장조성자에게도 공매도를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어서 유동성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오늘 하루 주가가 오를 수는 있겠지만, 주식은 본질적으로 경기가 좋고 기업 실적이 좋아야 버티므로 결국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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