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휴대전화 보안필름
지하철에서 누군가 휴대전화 화면을 곁눈질하는 시선이 느껴지면 신경 쓰이고, 때론 불쾌하다. 직장에서도 휴대전화로 뭘 하고 있는지 동료들은 몰랐으면 한다. 이럴 때 휴대전화 액정 위에 보안필름을 부착한다. 보안필름에는 미세한 블라인드 패턴이 적용되는데, 좌우 30도 이상 각도에선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창문의 블라인드 원리를 연상하면 된다. 불편한 점도 있다. 시야각이 좁아 정면에서만 잘 보이고, 화면이 야간 모드를 적용한 것처럼 어둡다.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화면이 안 보일 수도 있다.
휴대전화 화면이 노출돼 곤욕을 치른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국회 회의장이나 국정감사장에서 누드 사진을 보다가, 게임을 하다가, 골프장 예약을 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7월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비난한 ‘내부총질’ 문자메시지와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보다 카메라에 찍혀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했다. ‘체리따봉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지난 13일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고, 화면에 보안필름 부착을 권고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달만 해도 권성동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 도중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게 ‘대통령 시계’를 보내달라는 문자가 포착됐고,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 중 인사 청탁 문자를 확인하는 장면이 찍혔다. 7일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주식 매도 관련 메시지를 보다가 걸렸다.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 카메라 렌즈가 좇는다. 그래서 여야를 떠나 의원들에 대한 ‘휴대전화 주의령’은 종종 발령됐다. 의원들은 뒤에서 촬영하지 못하도록 몸을 웅크려서 휴대전화를 보고, 책상 아래에서 몰래 보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따금 휴대전화 화면이 잡힌다. 보좌진 성화에 못 이겨 보안필름을 붙였다가 답답해서 떼낸 의원들도 있지만, 결국은 안이한 태도가 문제다. 국민을 대리하는 의원들이 회의장에서의 시간이 가장 한가하고 심심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길 바란다. 여차하면, ‘국회 회의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법’을 만들자는 국민들의 입법 청원이 나올 수도 있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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