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유족 측 "순직 인정 위해 노력할 것…괴롭힘 있었다"

권효중 2023. 11. 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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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경찰서, 14일 '범죄 혐의점 없어' 수사 종결 브리핑
법률대리인 측 "범죄 성립 여부와 순직 인정 여부는 별도"
"순직 인정에 최선, 통화 내역·심리부검지 등 정보공개청구"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을 수사한던 경찰이 학부모의 갑질 등 괴롭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숨진 교사의 유족 측은 형사 처벌은 어렵더라도, 순직 인정 등 절차를 추진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직접 수사 과정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형사 절차 종료됐지만…‘순직’ 인정 위해 최선”

숨진 교사 A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는 1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판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경찰은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학부모의 ‘갑질’로 괴로웠다는 일기장의 내용과 동료 교사들과의 단체 대화 내용 등을 통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순직 절차를 신청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변호사는 “경찰은 수사를 통해 학부모 포함 주변인들의 범죄를 찾는 형사 절차를 수행하는 기관이지만 순직 절차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 행위로 이르게 됐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행정적인 절차”라며 “순직의 인정 여부는 엄격한 형사상 증거가 필요한 범죄 인정 여부와 필연적 관계가 없다. 순직 인정마저 되지 않는다면 고인의 억울함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사건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범죄 혐의점이 없어 관련자 입건 없이 조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송원영 서초경찰서장은 “2년차 교사인 고인의 발령 첫 해까지 포함, 각종 통화 내역과 업무 메신저·전화 내역, 아이패드와 일기장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했으나 협박·강요나 폭언 등 정황은 확인할 수 없었고, 복합적 업무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결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괴롭힘 의혹에 대해서는 A씨가 야간 시간에 문자를 받은 것은 1건에 그쳤으며, 학부모로부터 개인 전화로 연락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 전화의 착신 전환으로 인한 착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괴롭힘’ 존재…정보공개청구 통해 사실 확인할 것”

반면 문 변호사는 경찰의 이와 같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 변호사는 “A씨의 개인 전화에 연락을 한 사람은 이른바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어머니고, 경찰이 착각했다고 지목한 사람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또 문자 연락 등도 오갔다고 덧붙였다. 문 변호사는 “‘연필 사건’ 당일 오후 3시 30분쯤 바로 첫 연락이 왔으며, 그날 밤에도 문자를 보낸데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도 ‘하이톡’(업무 메신저)를 통해 오전 7시 40분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유족들은 관련 통화·문자 내역 등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문 변호사에 따르면 유족들은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연필 사건’ 학부모들과의 통화, 문자 수발신 목록 △동료 교사들과 나누었던 단체 대화방 메시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지 원본 등 8가지 항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마친 상태다. 문 변호사는 “당시에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수사 종결이 된 만큼 각종 자료를 직접 검토하고, 동료 교사들의 진술 조서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A씨의 순직 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사혁신처는 A씨의 순직 인정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문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행정적으로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며 “수사가 종결된 만큼 관련 자료를 받아 확인하고, 우선 할 수 있는 순직 절차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형사 범죄에 준하는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한 지속적 호소가 있었던 만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문 변호사의 주장이다. 문 변호사는 “직장 내 갑질 사건은 범죄라고 하기엔 애매한 영역이 많지만 지속적으로 당할 경우 스트레스가 되고, 이를 폭로할 시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라며 “주변 동료 교사들도 모두 ‘갑질’에 공감했고, 분명히 일기장과 증언 등을 통해 어려움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상 재해로 인해 고인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 입증 책임을 떠안을 사람이 사라져서 법리상 해결의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경찰의 수사 종료 브리핑 이후 교원단체들도 반발의 입장을 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에게 학교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것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있었던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교육당국은 이번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서이초 교사의 순직을 인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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