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염색산단 아파트 ‘악취 민원’ 후폭풍
내년까지 6960가구 추가 입주 예정…시, ‘관리지역’ 지정 검토
대구 산업단지와 인접한 일부 지역에서 악취에 시달린다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이 예정돼 있던 곳으로, 대구시는 뒤늦게 ‘악취관리지역’ 지정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악취 저감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대구 서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악취 관련 민원은 6400여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173건에 비해 약 36배 늘어난 수준이다. 민원은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 ‘아이들 건강이 걱정된다’ 등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접수된 민원은 대구염색일반산업단지 인근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주로 제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와 서구는 대구염색산단과 산단 인근의 상리 음식물처리시설, 하수·분뇨 처리장 등 3곳을 중심으로 악취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염색산단 내 각종 쓰레기가 썩는 과정과 하수 및 분뇨 등에서 악취가 나온다.
서구 관계자는 “이들 시설에서 생성된 악취 물질이 낮 시간대에는 공기 중에 정체돼 있다가 저녁부터 새벽 사이 북풍 계열 바람이 불면서 주거지역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최근 입주를 마친 아파트 2곳(2200여가구)의 경우 입주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내년까지 염색산단 반경 약 1㎞ 안에 위치한 아파트 5곳에 총 6960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대구시는 대규모 주민 입주 시작 전인 2020년 염색산단과 주거지역 대상 악취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염색산단 반경 1~2㎞ 이내 모든 지역이 악취 영향을 받고 있었다. 악취 저감 대책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서구는 2017년부터 악취측정기 18대 등 대기 감시 시스템을 갖춰 암모니아·황화수소·총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 중이다. 2021~2022년 악취 시료 자동채취장치도 설치하는 등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대구시와 서구 등은 측정자료를 분석해 악취 발생원을 추적하고 배출업소 단속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2019년부터 519억원을 들여 대기오염 방지시설 마련 사업도 내년까지 추진한다. 주민들은 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산단 인근 아파트 입주민 권모씨(40)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악취가 심해 창문을 열지 못하고 나가기 힘들 정도”라면서“대구시가 악취가 심할 것을 알고도 입주를 묵인했다면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대구시는 염색산단 등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악취배출시설 신고와 방지조치가 의무화되고 배출허용기준이 엄격해진다. 개선 명령 이후 곧바로 조업정지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등 행정처분도 강화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기오염 방지시설 교체 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 다시 한번 악취 저감 효과 등 성과를 살필 예정”이라고 했다. 이주한 대구 서구의회 의원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주민들이 늘 것으로 예상됐는데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구시와 서구는 하루빨리 염색산단 인근 주민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고 악취 발생 원인을 찾아 적극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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