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의료원 3년 만에 ‘민간위탁’ 강행하는 성남시
신 시장 “수술 건수 적고 적자 계속…진료비 상승 억제 가능”
공대위 “용역 5개월 만에 졸속 결론, 공공의료 체계 흔들려”
경기 성남시가 14일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운영 방침을 공식화했다. 성남시의료원이 2020년 7월 시립의료원으로 개원한 지 3년여만이다. 시민단체들은 ‘의료원 운영이 민간의 손에 맡겨지면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와 시민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시민의 요구와 주민 조례발의로 추진·건립된 공공병원이다. 2003년 성남시 구도심에 있는 종합병원급 병원이 문을 닫으며 의료공백 문제가 생겼다. 이에 두 차례에 걸친 시민들의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이 이뤄졌고, 2006년 전국 최초로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후 행정적 절차 등을 걸쳐 2020년 7월 정식 개원했다.
신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이 개원한 지 불과 3년 4개월만에 시 직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 대안으로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발표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시의료원 운영방식 개선’을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신 시장은 “의료원이 개원 후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연도별 1일 평균 수술 건수는 최소 2.2건에서 최대 5.7건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이마저도 급성 충수염이나 골절 같은 일반 및 경증질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병상 활용률도 20%대에 그친다”고 했다.
의료원 적자에 따른 성남시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위탁 운영의 근거로 들었다. 신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465억원, 2021년 477억원, 2022년 547억원의 의료손실을 냈다”면서 “올해는 634억원의 의료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남시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의료원 위탁 승인을 요청하고, 내년 초 시의회 위탁 동의와 수탁기관 공개모집 후 상반기 중으로 대학병원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지역사회는 민영화 추진에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시민공대위)는 이번 결정이 “졸속 추진” “공공성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시민공대위는 “민간 위탁 추진이 공공의료 체계를 흔들고 의료 민영화를 가속해 시민 건강권을 훼손하고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은 불 보듯 뻔하다”라면서 “민간위탁은 공공의료를 망가뜨리려는 방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지방의료원 운영혁신방안연구’에 따르면 마산의료원은 1996년 경상대병원에 위탁된 이후 입원환자 1명당 1일 진료비는 민간위탁 이전에 비해 2.8배 증가했다. 이천의료원도 1998년 고려대병원에 위탁됐을 당시에 입원환자 1명당 1일 진료비가 2배 증가했고, 외래환자의 진료비도 상승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시장 직속의 ‘비급여수가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료비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박재만 시민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시장은 심의위 등을 통해 공공성을 담보하겠다고 했지만 위·수탁기관이 외부에서 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수용할 지 의문”이라면서 “위탁 운영되면 의료비 상승과 공공성 훼손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 용역은 불과 5개월 만에 대학병원 위탁 운영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졸속으로 결과를 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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