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디리스킹의 실체 보게 될까
“모든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오르는” 미·중 정상회담이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관계 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양국이 군사 대화 재개에 합의한다면 대만이나 남중국해 주변에서 높아지는 우발적 충돌 우려를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갈등을 해소할 돌파구는 나오기 어렵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중론이다.
‘미·중관계와 한국’의 관점에서 주목할 점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디리스킹’ 전략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정상회담도 내달쯤 열린다고 한다. 미·EU의 디리스킹 전략은 한국의 대중 정책과 외교 공간과도 긴밀히 연관돼 있으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디리스킹은 지난 4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연설 이후 미국이 내놓는 대중 메시지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주로 디커플링과 짝을 이뤄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하려는 것”이란 식으로 쓰인다.
디리스킹의 의미와 관련해선 기존 정책을 그저 새로운 그릇에 옮겨담는 것이란 평가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에 대해 국가안보 위협이나 공급망 위험 대응을 내세워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로 일컫는 핵심 분야 고강도 조치를 실행해왔다. 이것이 디리스킹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반도체·배터리·광물·바이오 등 4대 품목의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동맹 차별’ 논란을 부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이다.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 공장 장비 반입에 대해 결국 ‘무기한 유예’를 받아냈다고 해도, 1년이 넘도록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했다. 미국의 디리스킹은 한국에 일부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기업들이 처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외교소식통은 “미 정부가 수출통제나 투자제한 관련 법과 규정을 정비해 디리스킹 추진을 제도화한 것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바뀌어도 법 조항에 근거해 ‘중국 위험 제거’를 추진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좁은 마당’도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광범위한 첨단기술 분야를 아우르며 차츰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뀔 리는 만무하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듯이 미국에는 자국 안보를 최우선 고려로 하는 중국 정책에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다. 설리번 보좌관과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은 2019년 8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투고한 글에서 이미 천명한 바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우호적인 조건”에 따라 재편할 것이며, “미국의 정책이 대중 관여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한국은 바이든 1기 동안 그 마찰의 여파를 몸소 겪었다. 그리고 1년 뒤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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