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충돌 관리' 기대감... '대만·공급망' 돌파구는 난망
1년 3개월간 중단된 '군사 채널' 복원 합의할 듯
중국, 보잉 737맥스 구매 움직임 등 해빙 제스처
대만 총통 선거 앞두고 기싸움... 공급망 갈등 지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1년 3개월간 중단된 미중 고위급 군사 대화를 재개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채널 복원을 통해 양국 간 우발적인 군사 충돌 우려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중 갈등의 근본적 원인인 공급망·대만 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좁혀질 기미는 아직 없다. 두 정상이 잠깐 동안 유화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넘어, 오랜 다툼을 끝낼 결정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는 얘기다.
15일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17일)를 계기로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두 정상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지 꼭 1년 만이다.
보잉737 구매·펜타닐 단속 등 '해빙 무드'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양자 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엔 열린 소통 채널 강화와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로 충돌을 막는 일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군사 채널 복원이 우선적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도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 대화 채널 일부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항의 표시로 미국과의 군사 대화를 중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 상승 등 돌발적인 외부 변수를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과 대만 모두 내년 대선이 예정돼 있는 점은 미중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따라서 (미국으로선) 중국과 최고위급 의사소통을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도 유화적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 경제에 안정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을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자들이 미중 간 해빙 무드 속에 다시 돌아올 것이며, 이는 중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의 표출이다.
시 주석이 '선물 보따리'를 풀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 보잉사 항공기 737맥스 구매를 약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한 2019년 이후 중국은 737맥스의 운항·신규 주문을 금지했는데, 이 같은 '보이콧' 상태를 해제하는 우호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미중 간 이견이 비교적 적은 △인공지능(AI) 기술의 군사적 이용 제한 △기후변화 △펜타닐 유통 문제 등과 관련,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좀비 마약'으로 불리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펜타닐은 중국에서 대량 제조·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마찰을 빚어 왔다. FT는 "중국이 펜타닐 원료인 전구체 화학물질을 수출하는 업체를 단속하고, 미국은 중국 공안부 법의학연구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서로에 "대만 선거 개입 말라"
그러나 한계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대만 통일 △공급망 갈등 등 최대 난제 2개의 해법은 이번 회담에서 도출되지 못할 게 뻔하다. 양국 간 입장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중국이 통일 목표에 저항하는 대만의 정치 지도자들을 통제해 달라고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에 힘을 실어 주지 말라는 요구다. 하지만 미국도 친중 성향의 국민당의 정권 탈환을 도모하는 중국의 선거 개입을 바짝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발리 정상회담 때처럼 미중 간 대립이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향해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의 행동에 반대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미국이 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공급망 갈등도 가라앉을 조짐이 없다. 지난 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중국의 특정 분야를 겨냥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미국은 반도체 등 주요 공급망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식사 없이 4시간 회담 이어갈 듯
이 밖에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란이 개입하는 걸 막아 달라고 중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주장해 온 중국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 해소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 조치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은 약 4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공동성명 발표는 없으며, 회담 전후 두 정상이 함께 식사할 계획도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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