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판다로 재미볼 땐 언제고
무언가 받았다 뺏기면 참 기분이 나쁩니다.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보다 더 불쾌합니다.
당연한 것 같은데 사실 당연한 건 아닙니다. 원래 없었던 상태로 돌아갔으니 기분도 중립적으로 돌아가야하니까요.
이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심리를 이론적으로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2.5배 더 크게 반응한다는 걸 증명한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이달 초 판다 부부인 메이샹과 톈톈은 미국을 떠나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새끼 샤오치지까지 모두 함께요.
중국이 미국과의 우호를 상징하는 의미로 2000년 12월에 판다 부부를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으로 보냈고, 3년 전엔 새끼까지 태어나면서 관람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23년 만에 이제는 임대 계약이 끝났다며 돌려달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임대연장이냐 귀환이냐를 정하는 기준이 참 모호합니다.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고무줄처럼 들쭉날쭉 바뀌거든요.
중국은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19개 나라에 임대한 60여 마리의 판다에 대해 최근 잇따라 환수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다 자신들과 갈등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입니다.
실제로 미국엔 내년이면 애틀란타에 있는 4마리의 귀환을 끝으로 판다는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됩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가, 7월에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태어난 판다가 중국으로 돌아갔고, 내년이면 한국에서 최초로 태어난 판다 푸바오도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이에 반해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호주에 대해선 내년 11월 임대 계약이 끝나더라도 판다 2마리를 돌려보내지 않고 연장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2년 미중 수교의 물꼬가 터졌을 때 중국은 판다를 앞세워 죽의 장막이란 이미지를 벗으며 판다는 우호의 상징이 됐었는데 이젠 불화의 상징이 된 겁니다.
사소한 외교 갈등에도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란 말을 쏟아내는 중국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힘자랑은 할 때 해야죠.
애꿎은 판다로 힘자랑을 하는 건 중국이 말하는 대국답지 않은 일 아닙니까.
뭔가를 줬다 빼앗아 갈 때 늘 하는 말이 있지요.
참 치사하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판다로 재미볼 땐 언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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