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포 발사됐다" 병원 공격 해명 열 올리는 이스라엘, 국제법 파고드나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병원을 겨냥한 뒤 하마스 시설로 이용됐다는 해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때 병원은 보호되지만 군사 시설로 이용됐을 땐 예외가 적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련해 이스라엘에 입증 책임이 있으며 민간인 보호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자지구에서 점점 더 많은 민간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본격적인 지상 작전을 시작한 뒤 포위된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병원들은 하마스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스라엘 쪽의 주장 아래 군사 작전 목표물 중 하나가 됐다.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인 알쿠드스는 연료 부족으로 이미 병원 운영을 중단한 상태에서 인근 지역이 전장이 됐다. 이슬람권 적십자 격인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날 병원 인근에 이스라엘군 전차(탱크)가 주둔한 상태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져 대피를 돕기 위한 적신월사 및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수송대가 병원에 접근하지 못해 대피를 준비하던 환자, 가족, 의료진을 돕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하마스 전투원이 알쿠드스 병원 입구에서 로켓추진포(RPG)를 들고 있었으며 병원 내부에서 이스라엘군을 향해 로켓추진포가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는 "거짓 주장"이라고 규탄하며 "병원 내부엔 무장한 개인들이 없고 병원으로부터 어떤 발사도 없었음을 확인한다. 병원 내부 인원 모두 환자, 가족, 의료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말부터 이스라엘군에 의한 알란시티 어린이 병원과 알나스르 병원의 강제 대피가 이뤄졌고 인도네시아 병원에선 지난주 폭발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 기관인 알시파 병원 내부에 하마스 지휘소가 은폐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 병원 주변을 사실상 포위한 채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마스와 병원 쪽은 병원이 하마스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가자지구 보건부가 이스라엘 봉쇄로 인한 연료 부족과 병원 인근 포위와 전투로 인해 정전된 병원에서 지난 3일 간 인큐베이터가 가동되지 못해 숨진 최소 3명의 신생아를 포함해 32명의 환자가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12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뒤 36일 동안 가자지구에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최소 137건의 공격이 기록됐고 이로 인해 업무를 수행하던 의료 종사자 16명을 포함해 5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UN) 시설도 이스라엘군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위치한 직원 숙소가 이스라엘 해군의 포격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기구는 이번에 피격된 직원 숙소를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의 UNRWA 시설 좌표를 분쟁 당사자들에게 공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기구는 그럼에도 지난 한 달 간 60곳이 넘는 시설이 파괴됐으며 대부분 난민을 보호하고 있는 학교였고 이로 인해 최소 66명의 난민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 기간 동안 이 기구 직원 10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전세계 유엔 사무소는 희생된 동료를 추모하며 조기를 게양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또한 지난 11일 가자지구 사무소가 폭격 당해 대피 중이었던 민간인 사상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유엔 직원들은 지난달 13일 이미 사무실을 비운 상태였고 이곳에 수백 명의 난민이 피신해 있는 상태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해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민간인 사상에 대한 책임은 전투원을 "고의적으로 유엔 시설 내부나 인근, 아래에 배치한" 하마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12일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아동기금(UNICEF), WHO의 이 지역 책임자들은 공동 성명을 내 "의료 시설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용납될 수 없고 국제인도주의법 및 인권법과 협약들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가자지구 병원 공격 중단을 촉구했지만 이스라엘은 공격 중단보다는 공격 뒤 정당성을 소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협약은 병원 보호를 규정하고 있지만 4차 협약 19조에서 병원이 "인도주의적 의무에서 벗어나 적에게 유해한 행위에 이용"될 경우 "보호 중단" 또한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게시한 해당 조문에 대한 해설을 보면 "적에게 유해한 행위"란 대표적으로 병원을 전투원이나 도망자의 피난처, 무기나 탄약 저장고, 군사 관측소, 전투 부대와의 연락소로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13일 이스라엘군은 환자 등을 강제 대피 시킨 알란시티 병원이 하마스가 조성한 지하 땅굴과 연결돼 있었고 무기가 보관돼 있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병원 지하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는 공간을 공개하며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이 억류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해당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 카림 칸은 지난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모든 주거지, 학교, 병원, 교회, 이슬람 사원(모스크)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돼 보호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 한 보호된다"며 "이러한 보호 상태가 상실됐음을 입증할 책임은 총, 미사일, 로켓을 발사한 쪽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미국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군사윤리 전문가 제시카 울펜데일 철학과 교수는 <AP> 통신에 병원이 하마스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스라엘 쪽 주장이 입증되더라도 국제법의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즉각적 공격은 허용되지 않고 무고한 사람들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피해가 군사적 목적보다 불균형하게 클 경우도 국제법이 준수됐다고 볼 수 없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제공한 제네바 협약 병원 보호 중단 조약 해설에 따르면 보호 중단은 환자를 안전한 장소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경고 및 유예가 주어진 뒤에만 가능하다.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알란티시, 알나스르 병원에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고 연료 부족으로 필수 처치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고 있는 알시파 병원에 300리터의 연료 제공을 시도했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알시파 병원 쪽은 300리터는 발전기를 30분 가동할 분량에 불과하며 병원 인근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연료 수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병원들과 관련해 덜 침해적인 행동이 있을 것을 희망하고 기대한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병원들은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매체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후 브리핑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병원 안에서의 총격전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병원은 보호돼야 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하며 대피로는 안전해야 하고 이스라엘 정부는 오늘도 병원 부지를 떠나는 사람을 위한 대피로가 마련돼 있고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3일 BBC를 보면 영국에선 지난주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앞두고 이를 "혐오 행진"으로 비하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전격 해임되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7년 만에 외무장관으로 내각에 깜짝 복귀했다.
지난 주말 런던에선 30만 명 규모의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 브레이버먼 장관 해임 뒤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이 내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캐머런 전 총리가 외무장관 자리를 채웠다.
캐머런은 2010년 총리직에 올라 2016년 7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가결 뒤 총리직을 내려놨다. 캐머런은 브렉시트에 반대 입장이었다.
<가디언>은 리시 수낵 총리가 보다 중도 성향의 캐머런을 내각에 다시 불러들여 노동당과의 격차를 좁히려 하고 있다고 봤다. 폴리티코 여론조사를 보면 이달 10일 기준 보수당 지지율은 25%로 노동당 지지율(46%)보다 크게 낮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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