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엔사회원국 첫 회의…“한반도 유사시 공동대응 선언”

유새슬 기자 2023. 11.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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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엔사 참모부 파견·회원국 확대 제안
미 주도 유엔사 ‘재활성화’에 적극 참여…대북 억제 기능도
회원국 호응은 지켜봐야…중국 반발 “냉전 산물”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기념사진. 2023.11.14. 국방부 제공

한국과 17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및 대표들이 70년 만에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유사시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냉전기인 1953년 채택된 워싱턴 선언(한국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 선언)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대북 억제의 일환으로서 유엔사의 역할·기능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은 14일 국방부 청사에서 첫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유엔사 회원국들은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6·25 전쟁에) 전투 병력을 파견했던 16개국이 1953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에 또 다시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재참여하겠다고 결의했다”며 “모든 회원국이 그런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유엔 원칙에 반한 무력 공격이 재발한 경우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이에 대항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각국 대표단은 이날 성명에서 한·미 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한·미 연합연습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유엔사 회원국이 있다면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유엔사 참모부에 장성급을 포함한 한국군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고 유엔사 회원국 확대도 제안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참모는 가능하면 장성을 파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군 참여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보직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엔사와 번번이 갈등을 빚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종전선언을 추진한 문재인 정권은 유엔사 회원국 확대와 한국군의 참모부 파견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참모부는 전시 유엔사 작전과 기획, 군수를 계획·실행한다. 1978년 한국 방어 임무가 한·미연합사령부로 넘어가면서 유엔사 임무는 사실상 정전협정 관리로 제한됐고 참모부도 유명무실해졌다. 유엔사는 2014년 ‘재활성화’ 작업에 착수했고 그 일환으로 회원국에 참모부 확대를 요청해왔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뜻이기도 하다. 유엔사는 미국 4성 장군(대장)이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직하며 주도한다. 유엔사가 확장하면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 연대의 상징으로 유엔사를 인식한다. 이는 곧 유엔사의 대북 억제 역할로 이어진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제”라며 “유엔사는 유엔이 최초로 무력 사용을 결정한 산물이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지켜주겠다는 상징이 한국 땅에 서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 그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대북 억제의 일환으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법적 특성상 한반도 유사시 공동 대응 약속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유엔사 회원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도 국방부가 제안했을 뿐 회원국들의 호응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국방부는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정례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미국과의 협의만 진행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유엔사 강화 움직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거세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군은 냉전의 산물로 법적 근거가 없고 일찌감치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며 “관련 국가가 유엔군 간판을 내걸고 회의를 여는 것은 대결을 야기하는 것이자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고 반도(한반도) 형세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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