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정 분출하는 정치인·공직자 막말 자중해야
정치와 민주주의는 말의 힘으로 작동한다. 경쟁자를 설득하고 시민을 감동시켜야 유능한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자기 감정을 분출하며 드세고 저급하고 폭력적인 말이 지배하는 정치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치 혐오를 키울 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 근래 정치인·공직자들이 주고받는 막말이 부쩍 늘고 위험선을 넘어 매우 유감스럽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놈이 선배들을 능멸했다”고 공격했다. 그의 막말은 출판기념회에서 검찰의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거래 의혹 수사를 비난하면서 나왔다.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지×을 해. 미친놈들” “건방진 놈”이란 말이 이어졌다. 5선 의원, 인천시장, 제1야당 대표를 지낸 인사의 공개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의 막말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한 ‘차별’, 가부장적 위계규범을 강조한 표현을 쓴 것도 문제다. 과거 ‘꼰대 정치 극복’을 다짐했던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자 위선이 아닐 수 없다. 전당대회 돈봉투 거래 사건은 정당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범죄이다. 한 장관을 비판하려면 자신의 혐의를 소명하고, 한 장관 잘못을 설명하면 될 일이지 이런 독설로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이에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고 반박한 한 장관도 자중해야 한다. 인사검증 실패, 검찰권 남용, 입법부를 무시하는 오만한 언행으로 재임 내내 논란을 일으킨 이가 아닌가. 한 장관 반박에 민형배·유정주 민주당 의원이 “어이없는 XX”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이라고 맞대응했다. 정치와 장관을 서로 후지게 한다고, 악다구니하는 싸움을 국민들이 왜 지켜봐야 하는가. 정치인끼리 두세 마디만 주고받으면 욕이 등장하고, 지역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직을 “알량한 정치인생”이라고 폄훼한 ‘윤핵관 장제원’식 말도 국민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막말·네거티브 청산이 가장 중요한 정치혁신 과제로 꼽히는 이유를 여야 정치인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막말은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혹여 막말 행렬이 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눈도장 찍기가 되어선 안 된다. 수긍할 논리·근거 없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막말은 한순간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붙들 수는 있어도, 정치인으로선 두고두고 치명적인 심판대에 세워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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