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분기 흑자에 감춰진 무서운 '눈덩이 적자' [아카이브]

김정덕 기자 2023. 11. 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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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이슈 아카이브
한전 흑자, 재무 개선엔 미미
10조원 넘긴 가스공사 미수금
요금 올리기도 쉽지 않은 환경 
재무 상황 더 나빠질 가능성도

지난 13일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가 3분기 영업실적(잠정)을 공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요금 현실화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한전부터 보자. 올 3분기에 한전은 연결기준 매출 24조4700억원, 영업이익 1조996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 이후 10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덕분에 누적 영업적자는 2분기 8조4500억원에서 6조4534억원으로 2조원가량 줄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꾸준히 전기요금을 인상(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추가 인상)하고, 올해 상반기 들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번 흑자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다. 2021~2022년 2년간의 영업적자만 38조5017억원이다. 올해 누적 적자까지 포함하면 44조9550억원에 달한다. 3분기 흑자를 통한 재무 개선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게다가 한전은 4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마스) 간 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는 데다 원ㆍ달러 환율도 당초 전망보다 높게 형성(원유 수입가격 상승)돼 있어서다. 3분기 실적이 '반짝 흑자'에 그칠 거란 얘기다.

가스공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3분기 가스공사는 연결기준 7조8893억원의 매출과 23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1조23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3.9% 줄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취약계층의 '난방비 대란'이 우려되자, 정부가 난방비 지원을 늘린 영향이 컸다. 당시 정부는 기존 9만6000원이던 취약계층 도시가스 요금 지원액을 최대 59만2000원으로 6배가량 올렸다.

늘어나는 민수용(주택용ㆍ일반용) 미수금도 가스공사 재무구조 개선의 걸림돌이다. 미수금이란 원료 가스 수입대금이 가스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않으면서 생긴 일종의 외상값(향후 가스공사가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해야 할 채권 자산)이다. 사실상의 적자로, 미수금이 늘었다는 건 적자가 더 쌓인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12조5202억원이다. 지난해 말 8조5856억원에서 3분기 만에 3조9346억원이 더 늘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그동안 10조원을 넘은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이 12조5202억원을 기록했다. 미수금은 사실상 적자다.[사진=뉴시스]
[자료|금융감독원]

문제는 전기요금(한전)이든 가스요금(가스공사)이든 현재로선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에 따라 요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 감소와 소비 침체 등 한국 경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고물가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년엔 총선까지 열린다. 여러모로 요금 현실화가 어려운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공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당분간 동결 기조'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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