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엇을 위한 유엔사 ‘재활성화’인가
한국과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들의 국방장관회의가 14일 처음 열렸다. 참석국들은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방부는 신규 유엔사 회원국 가입, 신설될 유엔사 참모조직 참여, 유엔사 회원국의 한·미 훈련 참가 등 향후 과제를 밝혔다. 말 그대로, 정전협정 체제 관리에 국한돼 있던 유엔사를 “재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만들어졌다. 미국 주도의 16개 유엔군 참전국으로 시작했고, 현재 1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휴전 후 그 임무는 군사정전위원회 활동을 주로 하고, 부가적으로 유사시 회원국의 재참전과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사용권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외국 군대의 한국 주둔에 유엔 깃발을 계속 쓰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에 작전통제권을 이양하며 정전체제 관리만 담당했다. 그 후 논란은 줄어든 대신,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 2000년대에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려는 큰 틀 아래 유엔사 재활성화 구상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가 독일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려 하자 제동을 걸었다.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유엔사 위상을 재검토해야 하는 사정도 작용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기획을 적극 수용했다. 한국전쟁 당시 자유·공산 진영 대립 구도로부터 힘을 얻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엔사 재활성화가 한반도 전쟁 위험성을 높일지 낮출지 분명치 않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중국을 자극해 신냉전 구도를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이 나서서 한반도를 굳이 신냉전 구도에 밀어넣을 이유는 없다.
정전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상황에서 유엔사 역할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정전체제 관리에 국한해야 한다. 이를 넘어서면 북한·중국 등이 반발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도 이롭지 않다. 무엇보다, 그것이 꼭 일본 군대이든 아니든 한국에 주둔한 외국 군대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을 유엔사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분열된 국론을 치유하는 데서 찾기 바란다. 힘에 의한 도발 억제에 한계가 있으며, 국론 분열이 더 큰 안보 위협 요인이라는 점을 이스라엘 사례에서 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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