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거스른 공포의 LG 타선…한국시리즈 5경기 8홈런, 득점 절반이 홈런에서 터졌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타선은 물리학을 거부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추워질 수록 타구의 비거리가 감소하고 몸이 공에 반응하는 시간이 늦어진다는데, LG 타자들은 체감온도가 영하에 가까운 날씨 속에 치러진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정규시즌에는 경기당 0.65개(144경기 93홈런)에 불과했던 홈런이 한국시리즈에서는 폭죽처럼 쏟아졌다.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에서 6-2로 이겨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3회 박해민의 2타점 2루타와 김현수의 땅볼 타점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5회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와 6회 문성주의 1타점 적시타로 kt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LG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36점을 뽑아 20득점에 그친 kt에 화력에서 앞섰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대목은 장타, 특히 홈런이었다. LG가 낸 36점 가운데 18점이 홈런에서 나왔다. kt는 20점 가운데 2점만 홈런으로 뽑았다.
LG가 안타 56개와 4사구 20개(총 76회 출루), kt가 안타 43개와 4사구 25개(총 68회 출루)를 얻었다. 5경기에서 출루 수 8번 차이, 경기당 1.6회 차이다. 대신 홈런 수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났다. LG가 오지환(3개) 박동원(2개) 오스틴 김현수 문보경까지 5명이 8홈런을 합작한 반면 kt는 박병호의 리드를 빼앗는 2점 홈런 한 방이 전부였다.
#LG 트윈스 한국시리즈 홈런로그
G2 6회 오지환 (vs쿠에바스 2점, 1호)
G2 8회 박동원 (vs박영현 2점, 1호)
G3 3회 오스틴 (vs벤자민 3점, 1호)
G3 6회 박동원 (vs손동현 2점, 2호)
G3 9회 오지환 (vs김재윤 3점, 2호)
G4 1회 김현수 (vs엄상백 2점, 1호)
G4 6회 문보경 (vs김재윤 2점, 1호)
G4 7회 오지환 (vs주권 3점, 3호)
▶ 2차전 - 오지환 박동원
LG의 첫 홈런은 2차전에서 나왔다. 1-4로 끌려가던 6회 오지환이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초구 공략에 성공했다. 가운데 몰린 시속 142㎞ 커터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제대로 맞은 타구는 발사각 25.7도 시속 163㎞로 추정 비거리 111.6m를 기록하는 솔로포로 이어졌다.
더 결정적인 홈런은 8회에 터졌다. 박동원이 kt 필승조의 핵심인 박영현으로부터 역전 2점 홈런을 뽑아냈다. 3-4로 끌려가던 가운데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추정 비거리 122.3m 대형 홈런으로 만들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발사각 28도, 타구 속도 시속 166㎞의 완벽한 배럴 타구였다.
이날 LG는 1회 최원태의 4실점으로 시작부터 끌려갔다. 오지환과 박동원은 경기 중 서로 "장타가 나와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를 나눴다. 마침 그 두 선수가 홈런을 합작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었다. 2패 위기에서 박영현을 공략하면서 LG가 1승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 3차전 - 오스틴 박동원 오지환
LG의 3차전 승리는 홈런에서 비롯됐다. 먼저 오스틴 딘이 LG 상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한 천적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 선제 3점포를 날렸다. 스트라이크존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시속 147㎞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폴대를 때리는 홈런을 기록했다. 좌익수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빠지지 않고 극적인 홈런이 됐다.
3-4로 역전당한 직후인 6회에는 박동원이 또 한번 역전포를 쏘아올렸다. 박동원은 이번에는 포스트시즌 들어 kt의 새로운 필승조로 떠오른 손동현을 무너트렸다. 몸쪽 낮은 코스를 파고든 시속 145㎞ 직구를 때려 목측 비거리 125m 대형 홈런을 쳤다. 타구를 슬쩍 바라본 손동현이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박동원은 "몸쪽으로 오는 공은 무조건 치려고 했는데 그렇게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얘기했다.
9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LG는 8회 5-4에서 등판한 마무리 고우석이 황재균에게 동점 적시 2루타, 박병호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내주며 5-7로 끌려가고 있었다. 오지환은 자신에게 돌아온 2사 1, 2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재윤의 초구 체인지업이 볼이 되고, 포수 장성우가 마운드로 걸어가자 직구 승부를 예감하고 2구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2구 직구를 받아쳐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 4차전 김현수 문보경 오지환
4차전에서는 그동안 홈런이 없던 선수들이 중요한 상황에서 담장을 넘겼다. 먼저 1회 김현수의 선제 2점 홈런이 나왔다. 첫 3경기에서 1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김현수는 4차전 첫 타석에서 엄상백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는 목측 비거리 110m 2점 홈런을 기록했다.
3-0으로 앞서던 6회에는 문보경이 김재윤의 시속 143㎞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달아나는 2점 홈런을 날렸다. LG가 3차전에서 3-0 리드를 잃고 어려운 경기를 했던 만큼 문보경의 5점 차로 도망가는 홈런은 의미가 있었다. 문보경은 지난해 7월 30일 잠실 kt전에서 김재윤으로부터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친 좋은 기억이 있다. kt의 불펜 고민이 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7회에는 오지환이 '롤렉스 레이스'에서 앞서나갔다. 오지환은 6-1로 앞선 7회 1사 1, 3루에서 주권의 초구 체인지업을 당겨 3점 홈런을 때렸다. 이번에도 노림수의 승리였다. 오지환은 경기 후 "(kt 쪽에서)1-6에서 더 점수를 주면, 어떻게 보면 (사실상) 끝나는 거다. 양 팀 선수들 모두 그렇게 약하지가 않다. 그래서 자기 강점을 살리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득점권 상황이니까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기자회견에서 홈런이 시리즈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얘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졌지만, 2차전에서 박동원의 역전 홈런으로 잡은 게 우리 선수들이 기가 죽지 않고 다시 자신감을 되찾는 흐름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홈런으로만 8점을 얻은 3차전이 우승을 확신하게 했다고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승에 대한)확신은 3차전 이기고 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승운이다. 승운이 우리에게 있고, 우리 선수들이 이 경기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한편 염경엽 감독은 3차전에서 박동원의 홈런이 나온 뒤 반강제로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했다. 박동원의 말로는 '모시고 갔다'는데, 염경엽 감독은 다르게 생각했다. 염경엽 감독은 "저 XX는 날 자꾸 끌고가서 거기다가…힘으로 밀고갔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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