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진정한 반성”…사상 첫 ‘교도소 수능 시험장’ 차린 만델라소년학교

이채완 기자 2023. 11. 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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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가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게 진정한 갱생이라고 생각합니다."

16일 소년수 10명은 교도소 내 처음으로 설치된 정식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게 된다.

검정고시반 영어 수업을 담당하는 임진호 교도관(29)은 "소년수들이 수능에 응시한다는 기사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댓글이 여럿 달렸더라"며 "읽은 후 마음이 상한 아이들에게 '이곳에서 안 변하면 희망이 없다'고 하자 울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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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틀 앞둔 14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수능을 이틀 앞두고 소년수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회에 나가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게 진정한 갱생이라고 생각합니다.”

14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만델라 소년학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이틀 앞둔 이날 책상 12개가 놓인 교실에선 푸른 수형복을 입은 소년수 10명이 EBS 수능 교재를 펼쳐 놓고 공부하는 중이었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법무부가 올 3월 개설한 17세 이하 소년 수형자 교육시설이다. 이 학교 교장을 맡은 김종한 사회복귀과장은 “교도관 생활을 33년 동안 하면서 소년수가 재범을 저질러 재수감되는 걸 여러 차례 봤다”며 “교육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바른 길로 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장 제의가 왔을 때 승낙했다”고 말했다.

16일 소년수 10명은 교도소 내 처음으로 설치된 정식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게 된다. 올 8월 검정고시에 응시해 합격한 이들이다. 기존에는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를 때 교육부 파견 감독관 앞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

14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수능을 이틀 앞두고 공부하는 소년수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소년수들은 올 8월 검정고시에 응시한 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능 준비에 돌입했다. 교육은 연세대학교 학생 네 명의 자원을 받았다. 소년수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자율학습 등을 병행하며 공부한다. 소년수들에게 수능 문학과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2학년 김민선 씨(20)는 처음에는 숙제도 제대로 못 해 오던 아이들이 이제는 주말에도 개인 시간을 쪼개 자습을 한다”며 뿌듯해했다. 검정고시반을 맡고 있는 김병곤 교도관(34) 역시 “학생들이 서로 발표를 하겠다고 서로 경쟁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고 말했다.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공부하는 소년수들의 반성문.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교도관들은 소년수들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검정고시반 영어 수업을 담당하는 임진호 교도관(29)은 “소년수들이 수능에 응시한다는 기사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댓글이 여럿 달렸더라”며 “읽은 후 마음이 상한 아이들에게 ‘이곳에서 안 변하면 희망이 없다’고 하자 울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년수들은 피해자, 가족, 지인 등에게 주기적으로 반성문을 쓰고 있다고 한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내년에는 수능반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에서 수능을 치른 사례는 있었지만 교도소에 수능장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능반을 만든 전례도 없었다. 김교장은 “수능반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수능반에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했다”며 “지금보다 정원을 4~5명 정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김영우 인턴기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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