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흑자전환 했더니"...또 고개드는 횡재세에 정유사 '당혹'
원유시추 기업에 횡재세 부과..국내는 정제마진 수익 구조
내수는 30% 불과..타기업 횡재세 적용 사례 없어
소비자 부담 가중, 수출 경쟁력 상실 우려도
[이데일리 하지나 김은경 기자] 정치권에서 횡재세 논의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회사의 초과이익에 대해 40% 범위 안에서 부담금을 징수하는 법안을 실제 발의에 나서면서 정유업계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칫 이중과세 논란은 물론 기업활동 위축과 시장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정제마진 따라 실적 변동..유럽과 상황 달라
14일 정치권이 일단락된 횡재세 법안을 다시 꺼내든 것에 대해 정유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겨우 흑자로 돌아섰는데 횡재세가 또다시 불거져 나온 것이다.
현재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우리나라의 정유 산업 및 수익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럽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자 이와 관련해 재원을 마련하고자 원유 시추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걷고 있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제품으로 판매하는 ‘정제마진’으로 수익을 보는 구조다. 원유가격과 국제 제품 가격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 2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배경에는 정제마진 하락이 자리하고 있다. 4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2.4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타기업과 형평성 논란..경쟁력 상실 우려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 횡재세 관련 법안은 지난해 9월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 외에도 3건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기획재정위원회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담겨져 있다. 기재위 전문위원은 “전쟁과 글로벌 물가 상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유가로 인한 과도한 이익이 일부 업종에 집중되도록 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일시적인 초과이득세 부과는 오히려 조세형평에 부합하는 조세정책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에너지 시장은 호황-불황의 경기 사이클이 매우 큰 업종으로 불황 시기에는 손실을 감내하고 호황 시기에는 이익을 환수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 운용이 곤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국제 석유 시장에서 석유를 사 와서 이를 정제해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을 만들고 내수보다는 수출해서 돈을 버는 기업으로 횡재세 적용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기초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측면에서 정유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 혹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회사와 아무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석유 제품의 70%를 수출했고 내수는 30%에 불과해 내수에서 돈을 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들의 미래 투자에 대한 재원을 횡재세로 거둬가면 결국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전문가는 “정유사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쇠퇴해 가는 업종”이라며 “때문에 벌어들인 이윤을 가지고 수소나 탄소포집·저장(CCS) 등 미래지향적인 쪽에 투자를 하며 변신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마저도 회수에 가면 그냥 정유사는 가만히 앉아서 망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정유사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유류비나 난방비를 일부 지원하는 식으로 정부가 유도할 수 있지만 이윤을 다 걷어가 버리면 이들은 투자의 원천도 없어지고 기업의 의욕도 깎이고 결국 해외로 오프쇼어링(생산시설 국외 이전) 하라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내는 일자리 등 부가가치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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