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협심증, 오해와 진실

2023. 11.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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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일상생활을 할 때는 특별히 많은 산소가 필요하지 않아 특별한 증상이 없게 된다. 그러나 운동을 하거나 움직임이 많아지면 심장이 요구하는 산소량도 같이 증가하지만, 좁아지고 경직된 관상동맥으로는 더 많은 혈액을 보낼 수 없게 되어 가슴에 통증이 나타난다.

이 때 운동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즉시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은 가슴이 조금 뻐근하거나 숨이 찬 정도에서 죽을 것 같은, 즉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심한 통증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협심증이 심하다고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증상만으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 상당한 정도의 협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협심증이 있는 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장 두려운 상황이다. 통증이 있어도 잠시 후에 저절로 없어지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감기나 다른 가벼운 질병으로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말하면서 진단되기도 한다.

이런 형태의 협심증이 가장 전형적이고 흔한 형태로서 '안정형 협심증'이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조금 더 많이 (1.07배) 발생하지만, 55~64세 나이에 국한하면 여자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불안정성 협심증'은 빠르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혈관이 빠르게 좁아지면서 증상도 점점 심해지게 된다. 최근 1개월 내에 증상이 새로 나타나거나 아주 약한 운동에도 흉통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최근에 증상이 심해진 경우에는 불안정형 협심증을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전에는 5층 정도의 계단을 올랐을 때 증상이 나타났으나 현재는 2층만 올라도 증상이 나타나거나, 활동할 때만 증상이 있던 환자가 안정 시에도 흉통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또는 운동시에만 생기던 흉통의 빈도가 잦아지고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니트로글리셀린을 투여해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기도 한다.

불안정성 협심증은 좁아진 정도에 관계없이 동맥경화가 있는 부위의 내막이 파열되면서 그 자리에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이 생기면서 혈관을 막게 된다. 이 때 물리적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것 외에 혈전 부위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공급을 감소시킨다. 이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20~50%에서 주요 혈관의 내막이 찢어져서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행된다.

일단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환자의 3 분의 1이 사망한다. 설사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여 적절한 치료를 잘 받아도 10% 가까이는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불안정형 협심증은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의심이 되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불안정성 협심증과 심근경색 모두 동맥경화가 있는 부위의 내막이 파열되고 그 부위에 혈전이 형성되는 것이므로 발병 초기에는 구분이 잘 안될 수도 있다. 다만 불안정성 협심증은 심장 근육이 손상은 되었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은 상태인 반면, 심근경색은 중요하고 큰 혈관이 막혀서 심장근육이 부분적으로 괴사되어 죽은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질환을 합쳐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관상동맥이 평소에는 정상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일시적인 경련을 일으켜서 순간적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변이형 협심증'이 있다. 변이형 협심증은 서양인에게는 매우 드물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많다. 운동량과 무관하게 발생하고, 특히 아침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밤새 안정되어 있던 자율신경계가 새벽에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흡연과 과음은 혈관 내막을 손상시켜 혈관을 보호하는 기능을 떨군다.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으로 인해 혈관이 심하게 수축하면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아침에 빈도가 다소 높기는 하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는 자주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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