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백령도 고3, 풍랑 뚫고 ‘인천상륙’

지우현 기자 2023. 11.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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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악화에 여객선 결항
예정보다 나흘 늦게 도착
백령도 수험생 17명이 14일 오후 1시30분께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하는 코리아프린스호에 타고 있다. 성치현 교사 제공

 

“계속 뭍으로 나오지 못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2일 앞둔 14일 오후 1시30분께 백령도 용기포항. 손에 짐가방을 든 학생 17명과인솔교사 2명이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하는 코리아프린스호에 몸을 실었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4일이나 늦어진 육지행이었다.

이들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건 지난 10일이었다. 당일 거센 풍랑에 여객선이 잇따라 결항되면서 섬을 떠나지 못했던 것. 게다가 해당 구간을 운항하던 또 다른 여객선도 고장이 나 수리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 같은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백령도 수험생들은 수능을 단 이틀 남긴 이날에서야 배에 몸을 실을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인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했고, 3일간 묵을 숙소인 하버파크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은 수능 다음날인 17일까지 호텔에서 2인 1실을 사용하며 인솔 교사들과 함께 숙식을 지원받는다.

인천 옹진군 백령고 수험생들과 후배들, 교사들이 수능 시험을 위해 인천으로 향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치현 교사 제공

인천의 도서지역 수험생들은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육지로 나와 시험을 본다. 고사장마다 1개 학교 수험생 비율이 40%를 초과해선 안된다는 기준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령도를 비롯한 연평·대청·덕적 등 4개 도서지역 수험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인천시교육청, 옹진군과 협약을 한 하버파크호텔에 머문다.

올해 도서지역 수능응시생 이송 지원 대상은 모두 28명이다. 백령도 20명, 연평도 2명, 대청도 1명, 덕적도 5명 등이다. 백령을 제외한 다른 섬 지역 수험생들은 풍랑이 일기 전 내륙으로 나왔으며, 백령에서도 3명의 학생이 사전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과 함께 육지로 나온 성치현 백령고 인솔교사는 “배가 뜨지 못한다는 소식이 지속되자 아이들이 당황하긴 했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부담은 컸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우현 기자 whji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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