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항공유 뛰어든 정유사들…“정책은 걸음마 단계”

김은경 2023. 11. 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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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이어 일본도 SAF 사용 의무화 정책
정유업계, 바이오원료 확보·생산시설 구축 추진
국내선 법적 근거 없어 ‘합성원유’ 생산 불가능
“인프라 확대 보조금·세제 혜택 도입 검토 필요”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유사들이 지속가능 항공유(SAF)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기조에 맞춰 친환경 바이오 연료 시장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유업계는 서둘러 바이오 연료 생산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나라 정책 속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연간 최소 30억갤런 이상 증가해 전체 항공연료 수요의 10%를 대체하고 2050년까지 연간 350억갤런의 항공연료 수요 전부를 SAF로 대체하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지난해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수송용 바이오 연료 의무 사용 비율 2%를 적용하고 2030년에는 14%, 2050년에는 50% 수준으로 의무 사용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미 프랑스는 SAF 1% 의무 사용을 실시했다. 일본은 최근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의 10%를 SAF 대체로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자국 내 SAF 개발·제조를 촉진하고 항공사와 협력해 미래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9월 대한항공 화물기에 급유된 바이오 항공유.(사진=대한항공)
SAF 가격 3배 비싸…각국 상용화 지원 논의 활발

SAF는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나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한다.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와 성분과 연소 특성이 같아 항공기 제트엔진 변경 없이 100%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항공유 대비 약 3배 정도 비싼 SAF 가격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SAF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발에 나서는 추세다.

각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바이오 연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26년 울산에서 SAF 상업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에 앞서 원료 확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대경오앤티 지분 100%를 확보했다. 대경오앤티는 도축 부산물에서 나오는 동물성 지방과 음식점, 식품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UCO)를 바이오 디젤, 바이오 항공유 등의 원료로 공급하는 국내 최대 업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전날 원유운영, 해상출하 조직을 인적분할해 SK탱크터미널(가칭)을 설립하면서 SAF 등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 출하하는 영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2025년 2분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내년 초 착공하며 연간 50만톤(t)의 바이오원료 및 식용유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제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원료를 회수하는 사업도 공동 추진한다. GS칼텍스는 폐원료 회수 사업을 통해 바이오 항공유, 바이오 선박유 등 바이오 연료 생산에 투입되는 재생 원료 확보에 나선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 건설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생산 △바이오 케미칼 사업 진출로 이어지는 3단계 바이오 사업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이 로드맵에 따라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 짓고 있는 바이오 경유 생산 공장의 설비 일부를 ‘수소화 식물성 기름’(HVO) 설비로 바꾸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SAF 생산 규모는 연간 약 50만t이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2021년 삼성물산과 바이오 연료 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구축·생산 등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국내 실정에 맞는 공급 의무화 정책 마련 필요

정유사들의 적극적인 SAF 사업 진출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간 바이오연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전기화, 수소화 등 다른 탈산소 기술 대비 SAF 관련 정책과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국내에선 법적 근거가 없어 합성원유 생산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은 자연산 원유로만 항공유와 같은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석유 이외의 원료로 석유 제품을 만들면 불법이기에 국내에선 SAF 생산시설을 짓기 어렵다.

김재훈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도 항공 분야 탈산소의 거의 유일한 대안이 SAF 활용 확대임을 인지하고 정부와 산업계에서 국내 SAF 활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SAF 도입 촉진을 위해 정부 자금 지원을 통한 SAF 연구개발(R&D)과 시범·보급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SAF 공급 인프라 확대를 위한 보조금과 대출 보증, 세제 혜택, 사업 투자 세금 공제, 성과 기반의 세금 공제, 시설 감가상각 가속 등 다각도의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세액공제 시 비싼 SAF 가격이 항공기 이용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실정에 맞는 SAF 공급 의무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공급 원료와 연료 인증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고 전주기 SAF 배출계수 도출, SAF 구매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 공유 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통합 원스톱 콘트롤타워인 ‘SAF 이니셔티브 및 상용화 지원단’ 구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향후 각국의 ‘SAF 무기화’ 움직임에 대비해 각 관련 정부 부처와 산업계, 학계·연구계의 지혜를 모은 ‘K-SAF’ 개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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