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 이제는 AI시대]더 늦기 전에 AI 기초소양 가르쳐야
축구와 같은 단체스포츠
AI시대를 살아갈 자양분
인공지능 시대에도 한자 교육은 의미가 있다. 텍스트 분석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영역을 흔히 자연어처리(NLP)라고 부른다. 자연어처리 기술에는 실시간 통번역 기술도 포함되는데, 요즘 해외여행할 때 자주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같은 앱들이 바로 여기 포함된다. 앞으로 통번역이 인공지능에 의해 더욱더 자동화될 텐데 굳이 외국어나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언어능력은 인간 지능발달의 핵심단계를 구성하며, 사고능력과 세계관 형성에 직결된다. 그리고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협업하면서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깊은 언어·문학 소양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그러한 소양 없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내용을 그냥 수용하기만 하는 인간, 인공지능에 종속된 인간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초역량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수와 논리, 기하를 다루는 수학이다. 수학은 프로그래밍 언어만큼이나 인공지능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초중등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일부 시민단체는 수학포기자(수포자)를 양산하는 기존 교육체제를 비판하면서 수학교육의 범위와 깊이가 과중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계와 전문가들은 외국과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직접 비교하면서 우리 교육과정에는 행렬, 미분방정식, 공간벡터 등 내용이 빠져 있거나 매우 약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국,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는 우리가 점점 줄여가는 수학 교육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중고 학생 중 10% 이상이 이른바 수포자라고 한다. 수학 교육의 범위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적 혁신이다. 수학을 포기하려는 아이들에게는 수학의 쓸모를 체험케 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저출생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에 따라 선생님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학생 1인당 교사 수를 늘려 수포자를 줄일 수 있는 개인화된 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떨까.
다른 한편으로 수학을 정말 좋아하고 수학에 비범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부족하다.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도 한국의 수학 교육 과정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난제에 도전하는 데 필요한 심오함이나 시행착오를 우리의 교육체제는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천재를 위해서나 수포자를 위해서나 우리 수학 교육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수학과 한자만이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은 아니다. 인문예술 교육이 제공하는 인류 문명과 역사에 대한 이해, 맥락 중심 사고, 미적 감각은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자경험과 직결된다. 축구와 같은 단체스포츠를 통한 협력의 경험, e스포츠를 통한 가상세계 활동경험 역시 다른 사람, 인공지능과 동시 협업해야 하는 미래세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출생감소라는 위기를 기초역량 교육 강화라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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