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국형 IRA 직접환급제 띄웠다…"美·中, 사실상 현금 보조"
여당이 '한국형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직접환급제의 입법을 추진한다. 전 세계가 배터리 패권 경쟁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제 살을 깎아가며 자국기업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도 시장 선점을 위해선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의힘 소속 김상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가전략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IRA 직접환급제 도입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반도체·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투자하면 세액공제분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미국이 IRA로 신설한 '직접환급 및 공제양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전날(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대한상의는 지난 7월 정부에 첨단산업 관련 킬러규제 14건 개선을 건의했는데, 첫 번째 항목으로 국가전략기술 투자시 세액공제 직접환급 도입을 촉구하며 법안에 힘을 싣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술 선점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일명 'K칩스법'을 통과시켜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했지만 현행법상 세액공제 방식이 '법인세 공제'에 한정돼 있어 세제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익이 발생해야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첨단산업의 경우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도 이익이 실현되기까지 상당 기간 소요돼 적기에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국에서는 투자세액공제에 대해 현금 지급, 제3자 양도 등을 허용하며 이를 적극 개선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IRA를 통해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캐나다도 청정기술 설비투자액을 환급 가능한 세액공제로 지원토록 했다. EU(유럽연합)에서도 기업투자에 대해 현금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발의한 한국형 IRA 법안을 소개하며 "새로운 형태의 제도이기에 도입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고려해볼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그는 축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첨단산업 지원을 경쟁국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35%까지 상향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처리하기도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투자를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도입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대안 중 하나가 오늘 논의하는 미국 IRA의 직접 환급제"라며 "국회의 섣부른 규제입법으로 기업 투자를 옥죄는 시행착오는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한국기업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2차전지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초기단계에 있어 쉽게 말하면 무주공산"이라며 "아직은 우리가 조금 앞서 있지만 기술 표준이 완성이 안 된 상태에서 누가 계속 살아남을 강자인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 전지는 전혀 성숙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고 정책 지원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IRA법은 사실 미국의 리쇼어링 법"이라며 "미국이 지금 어느 정도 룰을 어기고 있느냐 하면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산업정책이다. 투자를 하면 20~30% 투자비용을 세금 내서 공제해주는 게 아니고 생산할 때마다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거의 자충수에 가까운 적극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가 70~80년대 하던 것들을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말이 세액공제지 사실은 현금 보조금 정책이다. 기존 틀을 깨는 정책을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것이고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인데 저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민을 해야 되는데 중장기 고민은 필요 없다. 그때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실장은 "중국이 배터리나 반도체에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보조금을 쏟아붓는지 아는가"라며 "가만히 있어도 현금성 보조금을 주고 심지어 자국의 반도체나 2차전지 장비 수입할 때 관세까지도 면제해주는 나라이고 토지도 무상으로 다 줘서 저희가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중국에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빼앗긴 것처럼 배터리 시장도 빼앗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실장은 "EU가 방향을 선회했듯 저희도 해야 한다. 현금 직접 지급, 제3자 양도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앞으로 수익이 나면 줄 것을 초기에 투자자금이 많이 필요하니 먼저 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산업계 관심이 상당하다"며 "남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늦어도 내후년부터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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