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관위 흔들기' 계속? 수개표 도입 등 요구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지난달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해킹 취약'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이 일부 수개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공정선거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선관위 측 위원들과 접촉, 선거준비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투표지 전량 수(手)개표를 통한 개표심사 강화 등 국민의힘 측 요구사항을 선관위 측과 논의했다.
특위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특위가 선관위에 요구한 사항은 △투표지 수개표 절차 추가 등 개표과정 육안 심사 강화 △사전투표용지에 대한 투표관리관들의 직접 날인 △사전투표용지 표기 방식을 큐알(QR)코드에서 막대형 바코드로 변경 등이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심사계수기를 이용해 진행되는 현행 개표과정을 두고 "분류기로 분류된 투표지가 바로 심사계수기로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참관인들이 실제 날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의혹이 있다"라며 "투표지를 계수기에 넣기 전에 개표사무원이 수작업으로 (투표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넣는 안으로 보고가 됐다"고 개표 육안심사 강화 요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개표과정에서 개표사무원들은 투표지를 분류기로 먼저 분류한 뒤, 분류된 투표지들을 투표지 심사계수기에 다시 넣는다. 심사계수기란 투표지 매수 확인(계수)과 투표지 날인여부 확인(유·무효 확인)을 동시에 처리토록 하는 개표 장비다.
개표사무원들은 심사계수기를 통해 투표지의 유무효 여부를 비교적 빠르게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분당 계수속도에 따라 제대로 된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소위 '부정선거' 음모론의 단골소재로 활용돼 오기도 했다. 해당 심사계수기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대 총선부터 도입됐다.
유 의원은 또 "사전투표를 하는 중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인쇄된 채 (투표지가) 출력되는 것에 대해서 지적이 있었다. (날인 인쇄로) 투표용지 다중 출력 등 여러 의혹이 나왔다"라며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발급되면 반드시 투표관리관이 직접 날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강조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 제84조제3항은 투표 대기시간 단축 등 편의를 위해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을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유 의원은 "법에는 명확히 투표관리관이 도장을 직접 날인하도록 규정돼있는데 선관위에서 규칙에 인쇄된 날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 날인인쇄를 허용하는 해당 규칙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이 같은 헌재 판단에 대해서는 "(인쇄날인을 인정하는 판결은) 현실을 파악한 판결을 한 것이라는 의원들의 지적이 강했다"면서 "사전투표 제도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선 투표관리관 날인이라는 직접적 개입행위가 있어야만 신뢰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QR코드 사전투표용지'에 대해서도 변경 요구가 있었다. 유 의원은 "현행은 (사전투표용지를) QR코드로 인쇄해서 사용했는데, 법에는 막대형 바코드로 하게 돼 있다"라며 "(QR코드를) 1차원 바코드로 변경하자는 데 대한 의원들의 타당한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인쇄날인 관련 판결 당시 바코드 및 QR코드 사전투표용지 발급행위에 대해서도 심판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1차원 바코드, QR코드 인쇄 여부만으로 선거권자의 법적 지위에 변동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두 투표용지를 비슷한 선상에 놓고 판단한 사례이지만, 유 의원은 "법률의 규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특위가 강조하는 대부분의 사항들에 수용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날 △계수심사기 작동 전 투표지 수개표 확인 △투표관리관의 사전투표용지 직접날인 △QR코드를 1차원 바코드로 변경 등 위원들이 제시한 방안을 선관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특위 측에 보고했다.
선관위는 이외에도 △투표소 CCTV 공개 열람 확대 △사전투표 신분증 이미지 보관기간 연장 △사전 투표 사무관계자 개인별 교육 강화 등을 선거 신뢰성 제고를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특위 측에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측이 강조한 사항들은 지난달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합동으로 시행한 이후 제기한 '부정선거 가능성' 지적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정원발 '선관위 해킹 가능성' 논란 이후 출범한 공정선거 특위가 본격적인 선관위 압박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당시 국정원은 '선관위 투표·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해 외부 해커가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 국정원 "선관위 투·개표, 해킹에 취약"…선관위 "조작 불가능") 선관위의 현행 시스템으로는 해커가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으며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 가능하고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선관위 청인(廳印), 투표관리관의 사인(私印) 파일을 절취할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 주된 지적사항이었다.
선관위는 이애 대해 "우리나라 선거관리 과정에는 안전성 및 검증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 있어 '선거 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단순히 기술적인 해킹 가능성만을 부각해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까지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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