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감투'부터 '메두사'까지…"4인4색 차세대 작창가 만나요"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청승은 이제 그만! 청승은 이제 그만! 우리도 흥청망청 널뛰듯 대야에 돈 한번 담가놓고 바가지에 풍덩풍덩 물 가득가득 푸듯 써보자"
쓰기만 하면 투명인간이 되는 도깨비감투. 삶이 팍팍했던 아저씨는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얻고, 시장에 가서 음식과 엽전을 잔뜩 훔쳐온다. 이제는 부인과 함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불이 붙어 도깨비감투에 구멍이 나고야 말았다.
전래동화 '도깨비감투'의 스핀오프격인 '도깨비 쫄쫄이 댄스복 아줌마!'는 여기서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멍을 꿰매달라는 남편의 부탁으로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은 아줌마. 그녀는 절대 그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욕망으로, 도깨비감투를 쫄쫄이 댄스복으로 만들어 입고 한바탕 일을 벌인다.
차세대 작창가를 발굴하는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프로젝트'가 10개월간의 결실을 공개한다. 오는 12월8일과 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시연회를 연다.
지난 2월 선발된 4명의 신진 작창가 이연주, 이봉근, 강나현, 신한별이 각각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4명의 중진 작가와 1대1로 팀을 이뤄 동서양의 동화와 설화 등을 새롭게 각색했다. 각 작품은 30분 분량으로 국립창극단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작창은 한국 전통음악의 다양한 장단과 음계를 활용해 극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짜는 작업이다. 판소리가 중심이 되는 창극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자 작품 전반의 정서를 이끄는 핵심 요소다. 지난해에 이어 작창 멘토로 안숙선·한승석·이자람, 극본 멘토로 고선웅·배삼식이 함께했다.
신예 음악가 신한별은 윤미현 작가와 함께 '도깨비 쫄쫄이 댄스복 아줌마!'를 올린다. 미디를 활용한 현대적 작곡에도 능한 그는 이번 작품에 일렉 악기를 활용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시원한 소리와 익살스러운 연기로 담아낸다. 신한별은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말맛과 생동감이 가득했다. 이를 소리로 제대로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리꾼 이봉근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도영 작가와 함께 그리스 신화 '메두사'를 '두메'로 새롭게 풀어낸다. 주인공 두메는 동굴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사람을 그리워하고, 우연히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 돌로 만들었을 때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한다.
이봉근은 "저주 받은 소녀가 동굴을 떠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과 삶의 경계에서 고민한다. 길을 떠나는 과정에서 각 지방의 통속 민요를 차용해 그 환경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작업했다"며 "눈을 마주쳐 돌이 되는 모습을 소리로 재밌게 표현하려 고민했다"고 전했다.
국립창극단 중견 배우인 이연주는 이철희 작가와 협업해 '금도끼 은도끼'를 선보인다. 판소리 장단과 말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전통 판소리 기법과 시김새를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했다.
이연주는 "권선징악의 설화와 다르게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모두 출발점은 같고 성실하게 살았지만 사회적인 운에 따라 점지어진 삶에 비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창극 배우로서 판소리의 많은 음계를 더 끄집어내고 배워보고자 작창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소리 노래패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에서 활동한 강나현은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 '눈의 여왕'을 진주 작가와 재구성했다. 주인공 겔다가 소중한 친구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화려한 악기 사용은 지양하고 소리꾼 고유의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주안점을 뒀다.
강나현은 "옛날 이야기꾼이 소리를 재밌게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작창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번에 판소리 합창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음악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프로젝트는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작곡만큼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정규 교육 과정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창극의 창작 환경을 만들고 작창가를 양성하고자 마련했다. 지난해에도 4명이 참여해 시연회를 가졌고, 그중 2명이 지난 6월 신작으로 선보인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에 조연출 성격인 작창보로 참여하기도 했다.
2년째 멘토로 참여한 한승석은 "창극의 위세가 요즘 대단한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장르가 되기 위해 작창이 해결돼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신진들의 경험과 활동이 쌓이면 훌륭한 작창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소리의 전통 어법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감성으로 시대와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젊은 친구들에게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전했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도 시연회의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 예술감독은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발전하고 기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우수한 성과를 보이면 작창보나 짧은 작품의 작창가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창과 함께 작곡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후에는 소리꾼은 물론 작곡가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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