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대낮 살해에 '살인교사' 있었나... 맞은편 모텔 업주도 영장신청

살인 피의자가 일하는 모텔 주인
증거인멸에 살해지시 혐의 추가

12일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소재 숙박업소 건물 범행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박시몬 기자

서울 영등포에서 발생한 80대 건물주 살인 사건 피의자의 도주를 도운 40대 모텔 업주가 '살인교사' 혐의까지 추가로 받게 됐다. 경찰은 살인 피의자와 이 업주에 대해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4일 "30대 김모씨에게 살인 혐의를, 40대 조모씨에게 살인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12일 오전 10시쯤 영등포구 소재 A빌딩 건물주인 80대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0년 4월부터 맞은편 C모텔의 주차관리인로 일하면서 피해자와 잘 아는 사이였다. 김씨는 사건 당일 출근하던 B씨를 A빌딩 옥상으로 데려가 목 부위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C모텔로 달아났다가 오후 5시 30분쯤 용산역으로 도주했고, 4시간 뒤 강릉KTX역사 앞에서 체포됐다.

살인 피의자 김씨가 일하는 C모텔 주인인 조씨는 당초 증거인멸 혐의만 받았다. 조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그가 김씨의 도주 장면이 찍힌 모텔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하고 긴급 체포했다. 그러나 경찰은 영장 신청 단계에서 조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김씨로부터 "범행 당시 조씨의 지시와 감독을 받았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평소 무시해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와 조씨의 관계에 대해 한 주변 상가 관계자는 "김씨 성격이 괴팍해 손님들과도 자주 싸우곤 했는데 조씨의 말만큼은 잘 따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인들과의 금전관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범행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