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협업한 운동화라니···'발칙한 예술' 미술관 입성
코카콜라 등 상표권 도용한 옷
요르단 성수 넣은 '예수신발' 등
도발적 작품 100점 선봬 MZ 북적
장난같은 행위를 ‘예술’이라 부르며 세계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 집단 미스치프(MSCF)의 세계 최초 전시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10일 개막한 '미스치프: 어떠한 것도 신성하지 않다(MSCHF: NOTHING IS SACRED)'는 악동 아티스트 미스치프가 생산한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00여 점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미스치프는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 케빈 위즈너, 루카스 벤텔, 스티븐 테트롤트가 설립한 예술가 집단이다. 초기 4인에서 현재는 30인으로 확대 되었으니 ‘예술 기업’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미스치프의 작품은 늘 물의를 일으킨다. 대표작 ‘경고장 그랑프리(C&D Grand Prix)’는 코카콜라, 디즈니, 아마존, 테슬라, 써브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스타벅스 등 8개 대기업의 로고를 이용한 옷을 만들어 팔았다. 대기업의 상표권을 일부러 침해한 것. 구매자들에게는 “이 중 가장 먼저 상표 침해를 중단하라고 경고하는 기업이 우승자”라며 “우승자 기업의 로고가 찍힌 옷을 산 사람들에게는 우승자 모자를 추가로 주겠다”고 했다. 가장 먼저 경고장을 보낸 기업은 ‘써브웨이’였다. 이번 대림미술관 전시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옷과 ‘우승자’가 된 써브웨이가 보낸 경고장이 함께 전시돼 있다. 기업에겐 굴욕이지만 미스치프와 구매자, 관람객 입장에서는 기업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들어 낸 ‘협업 전시’다.
이번 회고전에 나온 작품 가운데 나이키 운동화를 소재로 한 ‘예수신발’도 화제다. 제작자는 운동화 밑창에 요르단 강에서 직접 뜬 성수를 넣고 ‘예수와 협업한 운동화’라며 예수신발이라는 작품명을 붙였다. 이 운동화 옆에는 검은색의 또 다른 나이키 운동화가 전시돼 있다. 이 운동화의 이름은 ‘사탄 신발’로 세계에 666켤레 밖에 없는 한정판이다. 밑창에는 성수가 아닌 사람의 피 한 방울이 담겨 있다.
도발에는 성역이 없다. 미스치프는 지난 2021년에는 앤디 워홀의 1964년 작품 ‘페어리스(Fairies)’를 2만 달러에 구입해 999점의 진품과 완전히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내다 팔았다. 1000점 중 앤디워홀이 만든 진품은 단 한 점 뿐이지만 작품과 복제품은 모두 팔려나갔다. 미스치프는 이 과정을 통해 ‘진품과 복제품을 구별할 수 없는 세계에서 진품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
미스치프의 이같은 과감한 도발은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미술 시장에 질린 젊은 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다. 충동구매의 끝을 실험하기 위해 낮은 해상도로 흐릿하게 제작된 돈 뭉치 모양 피규어는단 몇 분 만에 매진됐다. 소금 한 톨보다 작아 현미경으로 봐야만 볼 수 있는 루이비통 가방은 경매를 통해 원래 가격의 4배(6만3000달러, 한화 약 8400만 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해 만든 버켄스탁 샌들은 9000만 원 대로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미스치프의 세계 최초 미술관 입성이다. 대림미술관은 “다른 공익 기관이나 사회기관이 좋은 전시를 많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림 만의 색을 가진 전시를 만들기 위해 함께 자료를 조사하던 중 미스치프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거장의 작품을 모셔오는 데 집중하는 다른 미술관과 차별을 꾀하는 전략은 MZ세대에게 통했다. 미스치프 전시 이후 미술관 앞에는 수십 명의 젊은 관람객이 문을 여는 11시 이전부터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관람객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아서 주말부터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세상에 건드릴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그들의 남다른 관점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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