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내부망 접속 혐의’ 박현종 前 bhc 회장 측, 검찰 영상 증거 ‘부동의’

檢 “박현종 휴대폰 속 문건, BBQ 내부망 양식과 일치”
박현종 측 “액셀에 임의로 써도 똑같은 결과”
재판부 “내년 2월 선고 하겠다”

경쟁사이자 자신이 몸담았던 제너시스BBQ 내부 전산망에 위법하게 접속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현종 전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bhc그룹 지주사)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검찰의 영상 증거를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영상 증거 채택은 박 전 회장 휴대폰 속에서 발견된 BBQ 직원 내부정보가 적힌 문건 양식이 BBQ 내부망에서 추출한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박 전 회장 변호인은 “액셀에 임의로 써도 같은 양식이 나온다”고 반론했다.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사는 지난 9월 공판기일 때 추가로 신청한 증거의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한 영상을 USB에 담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두달 전 검사는 박 전 회장 휴대폰 속에서 발견된 BBQ 전현직 직원의 그룹웨어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적힌 문건 양식이 BBQ 내부망 양식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가령 BBQ 내부망에서 특정인 이름을 검색하면 회사 사번, 입사 시기, 퇴사 여부 등의 정보가 순서대로 나오는데 박 전 회장 휴대폰 속 문건이 완전히 같은 양식이었다는 것이다. 줄 간격 등도 모두 일치한다고 한다. 검사가 준비한 영상에는 BBQ 서버에 특정인 이름을 검색했을 때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는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회장 변호인 측은 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액셀 파일에 임의로 글자를 써 넣어도 (같은 양식의 문건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며 “증거 내용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 측에서 제출한 증거 영상이 BBQ 내부망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검찰과 박 전 회장 측은 각각 BBQ 직원과 bhc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 측 증인은 박 전 회장 휴대폰 속 문건이 BBQ 내부망에서 추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다. 박 전 회장 측 증인은 박 전 회장이 BBQ 내부망에 무단 접속했다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한 그 시간에 외부 회의에 가 있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장찬 부장판사는 “내년 1월 11일 항소심을 종결하고 2월 이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눈을 피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공판이 끝난 이후에도 ‘이사회 해임 결정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고개를 세게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박 전 회장은 지난 6일 GGS 대표이사(회장)에서 전격 해임된 데 이어 8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와 다른 bhc 자회사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해임됐다.

이번 소송은 2013년 6월 BBQ가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더로하틴그룹에 1130억원에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로하틴은 계약 하자를 주장하며 잔금 약 100억원 지급을 거절한 데 이어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 배상 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로하틴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98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후 BBQ는 박 회장이 bhc 매각 당시 BBQ 해외사업부문 대표로 있으면서 매각 업무를 기획했다며 2016년 8월 박 회장과 bhc 임직원을 상대로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작년 1심 재판부는 “박 회장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박 회장에 제기된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