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건물주 살해 도운 주차장 임차인, 살인교사 혐의 구속 영장

영등포경찰서

80대 건물주를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주차장 관리인과 살인을 교사하고 증거를 인멸한 주차장 임차인에 대해 14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주차장 관리인 3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오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의 도주를 돕고 그에게 살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주차장 임차인 및 인근 모텔 업주 40대 남성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신청됐다. 조씨의 경우 최초엔 증거인멸 혐의만 받았으나 김씨의 자백 등 증거가 추가되며 살인교사 혐의도 함께 받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적장애를 앓는 오갈 데 없는 김씨를 불러 숙식을 제공하며 “내가 네 가족이고 친형이다”라는 식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를 조작해 지배하는 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조씨가 김씨에게 “A를 죽여야 우리가 산다”는 식으로 사실상 살인을 지시해 김씨가 실행에 옮기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건물 6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하는 A씨를 옥상으로 데리고 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의 목 부위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최초 경찰 진술에서는 평소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A씨 살해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후 조씨의 도움을 받아 옆 건물 모텔로 도주한 김씨는 용산구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강릉 방면으로 도주했으나 같은 날 오후 9시 32분쯤 강릉역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조씨는 김씨의 도주 경로가 담긴 CCTV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조씨와 A씨는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비롯해 정확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