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체제 KBS, 총선보도 요직에 이명박·박근혜 청와대 출입기자들
KBS 정상화모임 출신 전진배치…이명박·박근혜 청와대 출입기자도 요직
'바이든-날리면'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 언론 비판한 인사들도 전면에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취임식 전날인 12일부터 약 사흘간 본부장, 국·실장, 부장, 팀장급까지 170여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주요 국장직은 비워둔 가운데 과거 보수정권에서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 출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문제 삼았던 인사들이 기용된 점이 눈에 띈다.
박민 사장은 본인에 대한 임명이 재가된 12일, 다음날인 13일자로 주요 본부장 및 센터장 인사를 냈다. 앞서 9월 KBS 사장 공모를 앞두고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던 이춘호 전략기획실장을 비롯해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강동구 기술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 등 6명이 본부장급 보직에 올랐다. 이와 함께 김병진 제작1본부 라디오센터장, 문보현 제작2본부 드라마센터장, 문용석 기술본부 제작기술센터장 등 3명까지 총 6명에 대한 인사가 가장 먼저 공지됐다.
본부장·센터장급 인사 9명은 지난 6월 '김의철 KBS 사장 퇴진 요구 서명 운동' 당시 이름을 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KBS 안팎의 보수성향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 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새KBS공투위)'를 결성해 김의철 사장 퇴진 요구를 이어갔고, 당시 서명에 1000여명의 KBS 구성원들이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등은 과거 이른바 'KBS 기자협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정상화모임)을 만들어 KBS 기자협회 활동을 압박했다고 지적 받은 전직 KBS 간부진 일원이다. 본부장·센터장급 인사 외에 이재원 시청자서비스부장, '최강시사'가 사라지면서 편성된 '특집1라디오 아침' 진행을 맡은 전종철 기자 등도 정상화모임에 포함된 인사들이다.
신임 보직자들이 공통적으로 이름을 올린 사례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보도, 소위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이를 보도한 언론을 비판한 서명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진지한 보도의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언론유관단체'는 대통령실이 비보도 요청을 했다는 것을 들면서 부적절한 행위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취재원의 입장에서 비보도 요청은 대통령실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대통령실 대응을 옹호한 내용이다.
당시 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92명 가운데 약 3분의1이 최근 인사에서 보직을 맡았다. 이 성명에도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 강동구 기술본부장 등 주요 본부장급 인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보도본부의 경우 김철우 선거방송기획단장, 이근우 취재1주간, 박재용 취재2주간, 김준호 뉴스제작1부장, 이웅수 재난미디어센터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모두 성명에 동참했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 보도를 이끌어갈 인사들 중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전임 보수정권에서 청와대 출입 경력이 있는 기자들 인선도 눈에 띈다. 김철우 선거기획단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입기자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 퇴임 장면을 중계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최동혁 신임 정치부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출입했다.
주요 뉴스, 시사프로그램 앵커 중에서는 박장범 '뉴스9' 앵커, 전종철 '특집1라디오 오늘' 앵커도 윤석열 대통령 발언 보도를 비판한 92인 성명에 참여했다. 두 앵커는 각각 고대영 전 사장, 이병순 전 사장 시절 비서실장 경력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사사건건'의 송영석 신임 앵커는 지난 2020년 '부정선거 의혹'에 힘을 싣는 듯한 글을 작성, 이 의혹을 주도했던 민경욱 전 의원이 해당 글을 본인 페이스북에 게시한 바 있다.
급박한 인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정작 KBS의 뉴스룸(통합뉴스룸), 시사제작국 및 시사교양국, 라디오제작국 등을 이끌 국장들은 임명되지 않고 있다. KBS 노사의 단체협약에 따라 투표권이 있는 구성원 재적 과반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임명될 수 있는 임명동의 대상들이다. 사장은 해당 국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가 부결될 경우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KBS 구성원 다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교섭대표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현 사장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주요 국장직 공석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국장들은 보직 없는 인사 발령 대상자가 되거나 기존에 있던 업무공간을 떠나게 됐다. 성재호 전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은 수원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으로 발령났고, 안양봉 전 시사제작국장은 통합뉴스룸 네트워크부, 이내규 전 시사교양1국장은 시청자서비스부, 강성훈 전 시사교양2국장은 시사교양1국, 박정연 전 라디오제작국은 라디오제작국으로 발령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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