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이스 제자에서 롯데의 미래로', 신인 유제모를 만나다![부산야구실록]

박세종 기자 2023. 11. 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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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과학대 야구부 최초의 프로 지명자
야탑고 동기 윤동희의 플레이가 보고파
오랜 기간 숙련해온 '전문 외야수'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로 기억되고파


올해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무대 진출에 성공한 대학 선수의 수는 무려 29명에 이른다. 롯데 자이언츠도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2명의 대학 선수를 지명했다. 롯데에 지명된 대학 선수 두 명 중 한 명인 동의과학대 외야수 유제모와 인터뷰를 했다. 6개월 전 동의과학대 염종석 감독과의 인터뷰 당시 팀의 대표선수로 소개돼 프로 구단 지명을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올 시즌 뜨거운 대학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작년에는 어깨가 좋지 않았던 탓에 경기 출전이 어려웠지만, 올해는 주로 팀의 1번 타자로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489(45타수 22안타), OPS 1.374를 기록했다. 올 6월에 열렸던 고교, 대학 올스타전에 대학 올스타 멤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유제모는 동의과학대 야구부의 ‘제1호 프로 구단 지명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동의과학대 야구부 최초의 프로구단 지명자가 된 롯데 자이언츠 신인 외야수 유제모. 이예빈 인턴


아래는 유제모 선수와 나눈 인터뷰.

[부산야구실록]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유제모 선수]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리틀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를 따라서 야구장에 갔다가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반으로 들어갔어요. 당시 주말에만 야구를 했고 다른 날에는 축구도 하고, 육상(멀리뛰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한 종목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었는데 셋 중에 뭘 할지 고민하다 당시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던 야구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동의과학대학교에서 인터뷰하던 당시 ‘목표는 프로 입단이지만 이왕이면 지명을 받아서 프로 구단에 입단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룬 상황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올해의 대학 생활, 돌이켜본다면 좀 어땠을까요.

[유제모 선수]

1학년 때는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탓에 프로 구단 입단이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 마지막 라운드이긴 했지만, 드래프트 때 지명을 받고 프로 구단에 갈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지난 5월 부산야구실록과 동의과학대 야구부 실내연습장에서 인터뷰를 가졌던 유제모. 박세종PD

[부산야구실록]

유제모 선수가 작년에는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출전을 시작한 올 시즌 공식대회 타율이 거의 5할(실제 기록 :4할8푼9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동의과학대학교의 첫 프로 지명자가 됐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영광스러울 것 같은데요.

[유제모 선수]

제가 졸업한 야탑고등학교는 한 해에 2~3명씩 프로 구단 지명자를 배출하는 명문 고등학교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프로 구단 지명에 대해 엄청나게 놀라워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었는데 이번에 제가 지명되면서 동의과학대 1호 프로 구단 지명자가 됐어요. 그러다 보니 감회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많이 기쁩니다.

[부산야구실록]

유제모 선수가 2년 동안 몸담았던 동의과학대학교의 감독님이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안경에이스’ 염종석 감독님이시잖아요.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었나요.

[유제모 선수]

아무래도 롯데에 오래 계셨고 또 레전드이시다 보니 구단 생활 전반에 걸쳐서 많이 알려주셨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에서 많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서 잘하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부산야구실록]

지난번 인터뷰 당시 2년제인 동의과학대학교로의 진학 이유를 ‘짧고 굵게 도전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적중했습니다. 아쉽게 이번 드래프트에 지명받지 못한 많은 고교 선수들이 대학 무대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재도전을 통해 프로행에 성공한 선배로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유제모 선수]

대학 선수들의 경우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 한번 아쉬움을 삼킨 선수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마음을 굳게 잡고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열린 고교 대학 올스타전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올해는 대학 졸업자들도 지명이 많이 됐고요.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왔으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대학 야구도 많이 발전할 거고 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교 야구의 경우 개최되는 대회도 많고 팬과 언론으로부터 어느 정도 관심도 꾸준하게 받는다. 하지만 대학 야구는 보여줄 수 있는 대회 자체가 많지 않은 탓에 선수 본인을 소개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6월 한화 이글스가 주최했던 제1회 고교, 대학야구 올스타전은 가뭄의 단비와 같이 다가왔다. 훌륭한 고교, 대학 선수들이 한데 모인 이 대회에는 많은 야구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날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유제모는 안타도 기록하며 본인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부산야구실록]

고교 대학 올스타전은 올해 처음 열린 행사입니다. 이 행사가 대학 선수들에게 많이 도움이 됐나요.

[유제모 선수]

만약 올스타전을 안 했으면 올해 U-리그, 전국대회 2개 정도만 하고 시즌이 끝나는 거였는데 올스타전이 열린 덕분에 더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드래프트에서 ‘유제모’ 이름이 불렸던 순간 어땠나요.

[유제모 선수]

그때 친구들 3명과 같이 드래프트를 보고 있었어요. ‘동의과학대 유제모’ 이름이 불렸던 순간 다 같이 일어서서 소리를 확 질렀습니다.(웃음) 사실 실감이 안 나긴 했어요.

[부산야구실록]

롯데 자이언츠는 유제모 선수가 몸담았던 동의과학대의 연고 구단입니다. 롯데에 지명이될 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나요.

[유제모 선수]

아무래도 롯데 자이언츠가 연고 구단이다 보니 스카우트들도 저희 학교 경기를 자주 봤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 보니 지명이 된다면 롯데 자이언츠일 가능성이 제일 크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어요.

유제모는 지난 6일(한국 시각) 아시아인 내야수 최초로 MLB 골드 글러브 수상에 성공한 김하성의 모교 ‘야탑고등학교’ 출신이다. 2년 전 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의 아픔을 겪었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동의과학대학교’ 소속으로 프로 구단 입단에 성공했다. 그동안 롯데 자이언츠에는 야탑고등학교 출신 선수들이 몇몇 거쳐 갔지만 큰 활약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외야진의 한 축을 맡았던 ‘야탑고 출신’ 윤동희.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올해 초부터 윤동희가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며 외야 한 자리를 꿰찼고 후반기에는 우강훈이 훌륭한 구위를 보여주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기대주 박명현도 호시탐탐 1군에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거인 군단 내에서 존재감을 서서히 키워가는 야탑고등학교 라인에 내년 시즌부터는 유제모도 합류하게 됐다.

[부산야구실록]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내에 야탑고 출신 선수들의 존재감이 빛났습니다. 윤동희 선수는 올해 초부터 좋은 활약을 이어왔고 후반기에는 우강훈 선수가 마운드에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특히 윤동희 선수는 유제모 선수와 야탑고 동기였는데 따로 연락이 왔나요.

[유제모 선수]

당시 동희가 많이 바빴을 텐데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웃음)

[부산야구실록]

롤모델은 누군가요.

[유제모 선수]

요시다 마사타카 선수입니다. 이번 WBC를 보고 요시다 선수의 타격 쪽에서 정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롯데에 곧 합류 예정입니다.(인터뷰 당일은 롯데 자이언츠 합류 전) 직접 만나보고 싶은 롯데 선수가 있나요.

[유제모 선수]

(윤)동희의 플레이가 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이후에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이후에는 동희가 경기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동희가 1군에 있어서 제가 퓨처스로 들어가면 마주칠 기회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동희가 플레이하는 걸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안권수 선수도 되게 좋아하는데 이번에 다시 일본으로 가시게 돼서 많이 아쉽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상대해보고 싶은 타 팀 투수가 있나요.

[유제모 선수]

SSG 랜더스의 윤태현 선수와 한번 대결해보고 싶습니다. 중학교 선수 시절부터 봐왔던 선수인데 프로 무대 진출 후 얼마나 더 좋아졌을지 궁금해요.

6개월 전 만났던 유제모는 당시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로 한화 이글스 문동주를 선택했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진흥고등학교와의 경기가 성사되지 않아 초고교급 투수였던 문동주의 공을 체험해보지 못해 아쉬웠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6개월이 지난 현재 SSG 랜더스의 윤태현을 대결해보고 싶은 상대로 선택한 유제모는 함께 고교 야구를 뛰었던 또래 선수들과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타자 유망주들이 내야수로 입단을 했다가 외야수로 전향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전향한 수비수들은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의 롯데 역시 불안한 외야 수비에 여러 번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선수로서의 장점을 묻는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의 질문에 유제모는 ‘넓은 수비 범위’라고 답변했다. 중학 선수 시절부터 외야수 포지션을 꾸준하게 소화해온 까닭이다.

[부산야구실록]

선수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유제모 선수]

일단 컨택 능력이 제일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남들보다 넓은 수비 범위입니다. 요즘 내야수를 하다가 외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중학교 때부터 쭉 외야수를 해왔어요. 베테랑 선배님들께서 저보다 훨씬 더 노련하시겠지만 ,저도 외야 수비 부분에는 노련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루키데이 행사 당시 팬들에게 인사 중인 유제모.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부산야구실록]

루키 데이 행사를 통해 사직야구장에 방문했잖아요. 당시 느껴지는 사직야구장의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유제모 선수]

제 기준에서는 정말 많은 팬분이 찾아주셨다고 생각했어요. 외야석도 조금만 비어있었고요. 그런데 그게 관중분들이 많이 오신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살짝 놀랐습니다. 아마 야구는 관중분들이 거의 없어서 그날 팬분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도 떨리더라고요.

유제모는 그날 사직야구장 내부에 마련돼있던 구단 레전드를 소개하는 설치물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유제모의 대학 은사가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에이스’ 염종석 감독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매일 볼 수 있는 감독님이었지만 앞으로 본인이 활약하게 될 구단에서는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레전드로 기억되고 있었다.

유제모의 스승이자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인 ‘안경에이스’ 염종석 동의과학대 감독. 국제신문DB


[유제모 선수]

사직야구장 내부에는 들어갈 일이 없었는데 인사를 드리러 돌아다녔습니다. 팀 레전드 분들의 흔적을 모아놓은 자리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저희 감독님도 계셨습니다. 그때 ‘되게 대단하신 분이구나’하고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부산야구실록]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유제모 선수]

한 번 반짝하는 것보다는 10년 이상 꾸준하게 한 자리에서 믿음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유제모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마지막 부름을 받은 선수다. 10명의 선수가 더 빠른 순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모든 선수는 동일 선상에서 프로 선수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지명 순번이 1군 무대에서의 활약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가을야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서호철(NC 다이노스), 팀의 외야 한 축을 맡아 좋은 타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는 문성주(LG 트윈스)도 하위 순번으로 지명된 선수들이다. 작년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에 지명됐던 장세진(롯데 자이언츠) 역시 올 시즌 1군 무대 데뷔에 성공했다. 올 시즌 좋은 수비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었던 안권수가 이탈한 탓에 ‘전문 외야수’ 유제모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프로 구단 지명이라는 목표를 훌륭하게 이루어 낸 유제모는 이제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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