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엔사 편입 가시화되나…윤석열 정부 한·미·일 밀착 속 탄력
회원국 확대 등 역할 강화 방안 논의
한·미·일 협의하면 일본 가입 ‘시간문제’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군사안보협력 기조를 틈타 일본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편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유엔사’라는 외피를 쓴 채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빌미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17개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은 14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회원국 확대 등 역할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에 정전협정 정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한반도 방위에 대한 그간의 유엔회원국들 약속이 확인되면 신규 가입 희망 국가와 한국 정부, 유엔사 간에 협의 하에 회원국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전날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한·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들의 유엔사 참여를 통해 회원국 확대를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일본은 유엔사 회원국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사령관을 맡는 등 유엔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가입을 희망하는 일본 그리고 한국이 협의하면 일본에 유엔사 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도 일본을 유엔사 회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미 합참은 2018년 6월 개정한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에 유엔사 전력제공국 정의를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했거나 할 국가’로 규정했다. 6·25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일본도 전력제공국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한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관련 논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한·미·일 밀착 움직임 속에 탄력을 받고 있다. 윤 정부가 미국의 유엔사 회원국 확대 기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 안보에서 유엔사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유엔사의 역할에 대해 ‘국제연대의 모범’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제53차 SCM 공동성명과 윤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54차 SCM 때는 없던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0일 유엔사 주요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유엔사는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의 후방 기지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일본의 역할을 추켜세웠다.
지난 7월에는 앤드루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이 “일본의 유엔사와 관련한 역할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것과 관련된 진전은 유엔사가 제공하는 억제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창준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이어 지난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진행되온 한·미·일 협력은 유엔사가 연계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유엔사 편입은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빌미를 주고,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고 싶어하는 일본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통화에서 “일본의 유엔사 가입은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을 가시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일본이 유엔사에 정식 편입되면 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동맹인 미국을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일본은 2014년 평화헌법의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까지는 집단적 자위권을 실제 행사할 계기가 없었는데 유엔사 가입을 통해 일본이 여러 가지로 움직일 수 있는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게 되는 셈이다.
장 소장도 일본의 의도에 대해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으로 일본이 들어오는 데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보장돼있는 유엔사 틀로 꿰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으로서는 유엔사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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