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받은 실력자' 박실… 군부 탄압에 맞선 '3김 시대' 산증인

우태경 2023. 11.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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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4·19 혁명을 주도했다.

기자로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묵직한 발자취를 지켜보며 군부 탄압에 맞섰다.

책은 2010년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혁명사 편찬 실무를 맡게 되면서 혁명 당시를 회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 전 의원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재학 당시 4·19 혁명을 주도한 공로로 건국포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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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실 전 의원 유고집 '소중한 만남이었소' 출간
고 박실 전 국회의원. 지난해 10월 29일 작고한 박 전 의원은 한국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국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야당 의원의 직업적 소명은 절대 권력을 비판·견제하는 언론인의 임무와 다름없다는 사명감을 재확인했다."
박실 전 국회의원이 12대 총선 당선 이후 남긴 기록

학창시절 4·19 혁명을 주도했다. 기자로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묵직한 발자취를 지켜보며 군부 탄압에 맞섰다. 정계에 진출해 야당 의원의 사명감으로 절대 권력 비판에 앞장섰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를 온몸으로 일군 박실 전 국회의원의 파란만장한 삶이다.

그의 생전 기록을 묶은 유고집 '소중한 만남이었소(청미디어 발행)'가 최근 출간됐다. 책은 2010년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혁명사 편찬 실무를 맡게 되면서 혁명 당시를 회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 전 의원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재학 당시 4·19 혁명을 주도한 공로로 건국포장을 받았다. 그는 "4월 혁명이 대한민국 민주 발전의 기념탑이 됐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선거 부정과 비민주적 흠결은 그런대로 제거됐지만 법과 질서의 존중, 토론 문화의 정착, 타협과 양보 등 정치 문화는 아직도 수준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정치문화에 대해서는 "세계적 수준이라 자부하게 된 '화장실 문화'에도 못 미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일보 기자 재직 시절 군부 정권의 폐부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그러다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파'로 몰려 강제 해직됐다. 1977년부터 한국기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자유언론실천선언 발표로 해직된 동료 기자 구제에 나섰다. 엄혹한 유신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강제 해직에 대해 "한때 천직으로 알았던 언론인 생활을 군사정권의 군화에 짓밟혀 중도에 그만둬야 했다. 탈락했다"고 적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이 정치활동 규제를 해제하면서 이철승 선생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12대 총선에서 '박해받은 실력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돌풍을 일으키며 서울 동작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그는 "야당 의원의 직업적 소명은 절대 권력을 비판·견제하는 언론인 임무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명감을 재확인했다"며 언론인의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이어 "의원직은 40대 중반에 들어선 나에게 안겨준 혜택이고 보람이었다"면서 "고진감래라는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했다"고 회고했다.

박 전 의원은 한국 정치의 거목 '3김'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는 "한 세대를 풍미한 정치 지도자 세 분의 김씨들과 소석 선배(이철승)를 매일 조석으로 지켜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니 이 '3김 시대'의 크고 작은 배움과 느낌이 없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3김으로부터 받은 휘호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그들의 역사적 치적을 각각 대일관계 개선(김대중 전 대통령), 군부 정권에 대한 투쟁 의지(김영삼 전 대통령), 진영 통합(김종필 전 총재)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다.

박 전 의원은 영어, 중국어, 독일어에 능통하고 국제정세에 해박해 '외교통'으로 불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대일 외교에 대해 "젊은층의 감정을 자극하는 국내정치용으로 활용한 노무현 정권을 빼닮았다"고 지적했고, 대북전단금지법 강행 처리는 "민주화 투쟁을 해왔던 민주당이 전통에 어긋나는 법들을 강행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의 1주기 추도식은 지난달 28일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유경현 전 헌정회장, 노웅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실 전 국회의원 작고 1주기를 맞아 유고집 '소중한 만남이었소'가 지난달 23일 출간됐다. 청미디어 제공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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