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68년 거래소 독점 타파···ATS로 1400만 투자자 선택폭 넓힐 것"[CEO&STORY]

송이라 기자 2023. 11. 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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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체거래소 시장 개척자-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ATS 관련법 만든 공무원서 초대 대표로
준비법인 출범 1년···올 7월 예비인가 받아
2025년 초 영업개시 위해 조율작업 분주
몸집 작은 미니거래소로 틈새시장 공략
토큰증권 등 다양한 상품 도입기반 마련
투자자 자산 증식·기업 자금조달 활성화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서울경제]

“하루 평균 거래 대금 20조 원의 주식시장에 한국거래소 단일 체제가 아닌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일도 막상 실행에 옮기려고 하니 수많은 문제들이 달려듭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초심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대체거래 시장 조성과 활성화에 일조할 겁니다.”

한국 증시에서 거래소의 68년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등장한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다자간 매매 체결 회사·ATS) 준비 법인인 넥스트레이드가 11일 설립 1주년을 맞았다. 2013년 설립 근거가 마련된 지 10년 만인 올해 7월 금융 당국의 예비 인가를 획득했고 내년 4분기 본인가를 신청해 2025년 초 마침내 영업을 시작한다.

넥스트레이드의 초대 수장인 김학수 대표는 자타 공인 ATS 시대를 열어젖힐 최적임자로 꼽힌다. 그가 관료 시절 직접 구상하고 만든 제도여서 시장 환경과 ATS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지난 1년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는 말부터 했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이호재 기자

그는 “주변에서는 벌써 (출범한 지) 1년이 됐냐고 묻지만 세월이 몇 년은 흐른 것 같다”고 밝혔다. 넥스트레이드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획득한 유일한 ATS인 데다 김 대표가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순탄한 사업 출범을 예상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매일 터지는 새로운 사건들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실제로 법인 등기부터 직원 채용, 심지어 사무실의 집기들 선정까지 대체거래소 출범에 필요한 모든 일이 김 대표의 손을 거치고 있다.

그는 “1년간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시장 제도를 준비하면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설계하는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단일 시장 체제에서 새로운 제도와 인프라를 까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ATS의 개념조차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ATS는 한국거래소에 이은 제2의 주식증권거래 플랫폼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전체 시장의 15%까지 점유할 수 있으며 종목은 최대 30%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2013년 5조 8000억 원에 불과하던 하루 평균 증시 거래 대금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2021년 27조 3000억 원까지 급팽창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제2의 거래 플랫폼에 대한 욕구도 높아졌다. 교통량이 많아지면 1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확장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과 유사하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자본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폭의 성장이 이뤄졌다”며 “ATS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위에서부터 마련돼 아래로 내려온 톱다운(Top-down)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실제 시장 참가자들의 욕구에 의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거래소는 세계 10위권 거래소로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거래시간과 주문 방식 등에서 변화의 유인은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7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가 주도해 지난해 11월 설립된 넥스트레이드는 이후 34개 증권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넥스트레이드의 존재 이유는 몸집이 작은 미니 거래소로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는 “몸집이 큰 한국거래소가 쉽게 움직일 수 없는 틈을 공략해 시장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제2의 증권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아이디어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아 자본시장 발전의 촉매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와 학계, 금융투자 업계가 하나 된 목소리로 ATS의 필요성을 역설해 실제 예비 인가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김 대표는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니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이를 조율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넥스트레이드의 차별화 전략 중 하나인 주식 거래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거래와 시장 감시 기능을 맡은 한국거래소와 결제를 담당하는 예탁결제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거래소가 운영되지 않는 시간에도 이들의 물적·인적 자원이 필요한데 이는 넥스트레이드가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결국 이를 매끄럽게 조율하는 일은 김 대표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원하는 금융투자 회사들과 이를 규제하고 감시하는 금융 당국, 한국거래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넥스트레이드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해나가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마음가짐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게 넥스트레이드는 누구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3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시절 자본시장법에 ATS 설립 근거를 마련했고 자본시장국장 때는 점유율 규제 완화를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 주인공이 김 대표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그리던 정책이 눈앞에 현실화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데 금융위 역사에도 김 대표와 같은 사례는 처음이다.

그는 넥스트레이드 부임 전에도 안정적인 금융 유관 기관들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면서 적잖은 모험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넥스트레이드를 선택하자 후배 관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 대표는 “편안한 자리로 가지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 후배들도 있었다” 면서 “하지만 본인가를 앞둔 지금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에 참여한 저의 경험을 부러워하는 후배들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시장 발전이라는 당위성이 있고 장차 시장의 주요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조직을 이끄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안전성과 수익성·성장성을 두루 추구하는 회사로 키워 세계적으로 벤치마크 대상이 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설립 1주년을 맞은 김 대표의 단기 최대 목표는 성공적인 영업 개시다. 정부가 원하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우면서도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추구하고, 나아가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42명의 임직원이 사업 인프라와 전산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 900명이 넘는 한국거래소와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되지만 규모가 작은 이점을 살려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미국에는 300개가 넘는 주문 제도가 있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시장가와 지정가, 최우선 지정가 등 7가지 주문 유형과 2가지 주문 조건의 조합만이 가능하다”며 “넥스트레이드는 10개 정도를 도입해 결과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볍고 빠른 IT 기술을 적용해 투자자 주문을 보다 빠르게 체결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저렴한 전산 유지비로 낮은 거래 수수료를 책정할 예정이다. 거래시간 연장도 중요한 과제여서 금융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복수 시장에 대한 막연한 우려와 만만치 않은 전환 비용, 경쟁에 대한 부담 등 70년간 이어져온 단일 거래소 체제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거래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본시장에 비어 있는 영역에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제도권의 이단아’라는 정체성을 살리면서 투자자들의 거래 환경을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및 주식예탁증서(DR)에만 한정돼 있는 거래 대상을 확대하고 토큰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자산 증식과 기업의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는 것이 넥스트레이드의 목표”라고 단언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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