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마주 앉는 미·중 정상…‘대만 문제·기술 통제’ 해법 찾을까
[미-중 패권 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1년 만인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담 탁자에 마주 앉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국방당국 및 군 고위급 대화 재개 등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첨단기술 통제 및 대만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획기적인 돌파구는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인 ‘디리스킹’(위험제거) 정책과 대만 문제, 국방당국 소통 재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문제, 기후변화 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임하는 양국의 목표는 달라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복잡하고 경쟁적인 관계가 관리되지 않을 경우 갈등이나 대립으로 쉽게 번질 수 있다”며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회담 목표치가 다른 만큼 양국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중은 지난해 11월 고위급 소통 유지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하고도 지난 1년 동안 이를 거의 지키지 못했다.
우선, 디리스킹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어느 정도까지 합의할지 주목된다. 지난 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중국의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와 만나 서방 중심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은 ‘디리스킹’ 정책은 안보상의 이유로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지난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의 수출 통제에 나섰고, 2차 전지의 주요 연료인 흑연과 희토류 등의 수출도 관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디리스킹에 맞서 광물자원의 무기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문제는 미·중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유럽 등도 직접 경제적인 영향을 받는 주제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긴장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은 대립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으로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금지선”이라고 말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중국의 호전적인 태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강한 우려를 부를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라고 미국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안보 채널 복원, 인공지능 군사 분야 사용 통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단속 등에 대해서는 양국이 일정 정도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단됐던 국방당국 및 군 고위급 대화 재개에 합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을 핵무기 관리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미·중이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 원료의 제조와 수출에 대한 단속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1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아펙 정상회의를 중국 견제 강화 계기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한국 등 14개국을 참여시켜 지난해 출범시킨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정상회의에서는 4개의 기둥으로 제시한 것들 중 ‘청정경제’와 ‘공정경제’ 분야 협정 타결 발표가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의 현재 관계를 상징하듯 두 정상은 회담 뒤 만찬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미국 경영자들 그리고 시 주석이 무명 관리였던 시절인 1985년 미국 방문 때 그를 도와줬던 아이오와주 주민 등과 만찬을 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베이징 도쿄 워싱턴/최현준 김소연 이본영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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