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 운영 추진할 것"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 퇴행 등을 이유로 지역사회가 반대해오던 경기 성남시의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관련기사 ☞ 성남시의료원 시민공대위 "불통행정 신상진 시장, 퇴진하라"·본보 7월 5일자 보도>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시의료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시민들의 외면과 과도한 의료손실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진행한 운영방식 개선방안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와 시민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신 시장의 민선 8기 공약사업이다.
신 시장은 "위탁운영 방식은 시의료원의 현재 상황의 회복 수준을 넘어 변혁의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위탁운영 자체가 목적이 아닌, 필수 및 중증 진료와 미충족 의료 뿐만 아니라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선도적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지난 3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7월 시민 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타당성 조사 용역 설문조사 등 대학병원 위탁운영에 대해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시는 시의료원의 연도별 1일 평균 수술 건수가 최소 2.2건에서 최대 5.7건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급성 충수염이나 골절 같은 일반 및 경증질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동네 병·의원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또 하루 평균 입원환자 수도 100여명에 불과해 전체 509병상의 활용률은 20% 안팎에 그치고 있고, 의사의 수도 99명 정원 중 55명만 근무하면서 결원율이 44.4%(올 9월 기준)에 달하는 점과 수시로 의사채용 공고에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도 이유로 꼽았다.
의료원의 누적 손실로 재정 부담이 늘고 있는 점도 위탁운영 결정의 이유로 지목했다.
2016년 의료원법인 설립 후 올해까지 8년간 연평균 275억 원의 출연금(총 2천197억 원)을 의료원에 지원했지만, 2020년 465억 원에 이어 2021년과 지난해 각각 477억 원과 547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올해도 634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되는 등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5년간 최소 1500억 원의 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 시장은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의료원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족과 지인에게 의료원에서 진료받도록 ‘적극 권장’하겠다는 응답이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방의료원으로서 시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지난 3월과 7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각각 61.9%와 76.6%의 시민들이 대학병원 위탁운영에 찬성했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의료원 위탁 승인을 요청한 뒤 내년 초 시의회 위탁 동의와 수탁기관 공개모집 후 상반기 중으로 위·수탁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신 시장은 "위탁운영과 함께 시장 직속 비급여수가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료비 상승을 조정하고, 공공의료사업 확대로 시민이 믿고 찾는 병원으로 탈바꿈하겠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착한 적자’는 시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으로, 이미 내년 공공의료사업비로 올해보다 102% 증액한 7억3000만 원을 편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시의 방침에 대해 민간 위탁운영을 반대해온 지역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시민공대위)는 이날 시청을 항의 방문해 ""민간 위탁 추진이 공공의료 체계를 흔들고, 의료 민영화를 가속해 시민 건강권을 훼손하며,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탁 추진 중단 및 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시민공대위는 "신 시장은 현 운영방식에서의 재정 부담을 거론하면서 위탁 운영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시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지난 1년 4개월간 민간 위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경영 정상화를 방해하고 경영악화를 방치한 책임자"라며 "적극적인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면 그동안 왜 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채 책임을 방기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지방 거점의 공공의료기관이라면 보다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함에도 이를 외면한 것은 전임 민주당 시장 때의 정책을 지우려는 의도"라며 "신 시장은 당선 이후 줄곧 의료원의 부실이 심각하다고 주장해왔지만, 2021년과 지난해 각각 280억 원과 1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신 시장 취임 이후 부실경영이 본격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는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위탁운영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 시장은 "시의료원 건립 과정에서 보여 준 열정과 애정에 찬사를 보낸다"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한 시정 발목 잡기를 멈춰달라"고 전했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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