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학교 학부모인데...” 보이스피싱 수거책의 태연한 거짓말

'초등학교 앞에 무슨 일로 왔냐'고 묻자 "학부모인데 화장실을 찾고 있다고 답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경찰청 유튜브

“당신의 딸을 데리고 있다”며 60대 남성으로부터 1000만원을 뜯어내려던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현금 수거책은 경남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체포됐는데, 당시 그는 “여기 학교 학부모인데 화장실을 찾고 있다”며 거짓말하다 경찰의 추궁 끝에 범행을 시인했다.

13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창원 112상황실에는 “전화를 받고 나간 남편이 계속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남편 A씨가 받은 전화는 “빌린 돈을 갚지 않은 딸을 데리고 있는데, 돈을 갚지 않으면 딸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신고받은 직후 보이스피싱을 직감, 차량 정보와 휴대전화 GPS 등을 이용해 주변을 수색했다.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1000만원 돈뭉치를 건넨 뒤였다. 발견 당시 A씨는 보이스피싱범과 통화 중이었다. 딸이 납치됐다고 감쪽같이 속은 A씨는 “누구랑 통화하시냐. 잠깐 끊어보시라”는 경찰의 말에 “안된다. 지금 내 딸이 위험하다”며 안절부절못했다.

이때 경찰 눈에 인근에서 슬금슬금 달아나는 수거책 B씨가 포착됐다. B씨는 무작정 달아나면 행여 범행을 들킬까 행인 행세를 하며 걸어갔다. 경찰이 불러세워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묻자, B씨는 “아, 여기 학교 학부모인데 화장실을 찾고 있다”고 태연하게 거짓말했다. B씨는 떠나는 순간까지 실제 화장실을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경찰은 이후 A씨 진술을 통해 조금 전 자신을 ‘학부모’라고 소개한 이가 수거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 추적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잡혔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다 지속된 추궁 끝에 범행을 인정했다. 1000만원은 현장에서 A씨 품으로 돌아갔다.

B씨는 사기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게 사기전화를 건 공범과 총책 등을 추적하는 등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도 검찰·관세청·금융기관 직원 사칭과 자녀 납치 등 다양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수상한 문자나 전화를 받을 경우 경찰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