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국민과일' 컴백…2년째 연매출 1조
나무 베어 수급 조절 초강수
당도 미달 상품은 폐기 처리
엄격한 품질 기준 조례 통해
매출 6년새 4천억 넘게 늘어
제주 감귤이 '국민 과일'로 다시 돌아왔다. 멀쩡한 감귤 나무까지 베어낼 정도로 강력한 수급 조절을 단행한 데 이어 품종 갱신 및 재배법 개선을 통해 선보인 고품질 감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감귤은 대학 등록금이었다. 감귤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이때 도내 곳곳에 과수원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감귤 산업이 정부 지원을 받는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까지 육성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는 감귤 조수입(매출)이 제주도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15% 이상을 차지하며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감귤 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붙은 '대학 나무'라는 별명이 나온 것도 이 시기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이던 감귤 농업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80년대 후반 무렵부터였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200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발효 등으로 감귤 농가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이었다. 딸기·사과 등 국내산 과일뿐 아니라 바나나·오렌지 등 외국 과일과도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 전후로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강제 착색 등 저급 감귤 유통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까지 겹치면서 결국 '국민 과일'이라는 타이틀도 내려놓게 됐다. 실제 제주 감귤의 농가수취가는 1996년 1관(3.75㎏)당 4848원에 달했지만 1997년 2595원, 1998년 2433원, 1999년 3214원, 2000년 2816원, 2001년 1850원으로 끝없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제주도는 뼈를 깎는 마음가짐으로 무너져가는 감귤 산업을 살리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수급 조절과 품질 향상을 위해 감귤 나무 50%를 베어내는 간벌 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조례 제정을 통해 시장에 나가는 감귤의 품질 기준을 세운 것이다. 또 저급 감귤 단속, 재배법 개선 등 정책을 시행했다. 먼저 제주도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감귤 과수원 간벌 규모는 5752㏊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감귤 재배면적 1만9871㏊ 중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2019년부터 올해 11월 10일까지 착색, 당도 미달 등 비상품 감귤을 단속해 42만여 t을 적발·폐기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반대로 2006년 8월 감귤의 크기와 당도 기준을 정한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열매 생육과 당도를 끌어올리는 '타이백(고밀도 폴리에틸렌)'도 2017년부터 현재까지 163억원을 들여 총 1012㏊에 보급했다.
이 같은 특단의 조치를 통해 제주 감귤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5년에는 매출이 602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9114억원으로 올랐고 2021년엔 1조271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역시 1조418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제주도는 10년 이상 구축한 감귤 생산·유통 시스템을 통해 올해에도 최고 매출을 노리고 있다. 14일 노지온주 5㎏ 기준 평균 가격이 1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7800원)에 비해 올랐고, 네이버에서 '많이 구매한 과일' 상위 10개 중 5개도 감귤이 차지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감귤을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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